'스타벅스 커피 대신에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다. 소비 트렌드를 따라 돈을 쓰는 대신에 투자로 돈을 벌라는 말이다. 백화점 명품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지어 기다리다 명품을 사는 '오픈런', 코로나19로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를 재화 소비로 대신하는 '보복소비' 등 명품 선호 현상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 명품을 되파는 '리셀' 플랫폼 관련주에 주목하는 이유다.
올 1월 나스닥 상장 첫날 주당 100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리셀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는 현재 주가가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유명 온라인몰 '엣시'와 의류 렌탈 업체 '렌트 더 런웨이'가 리셀 분야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리셀은 올해 유통업계의 화두다. 단순 중고거래 이상이다. 온라인 기반으로 투자 목적이 강화된 중고거래를 말한다. 희소성 강한 명품 한정판 등을 미리 사들인 뒤 판매하는 식이다. ‘샤테크’ ‘슈테크(신발+재테크)’ ‘N차신상(N차에 걸쳐 거래됐지만 신상품처럼 선호되는 상품)’ 등 신조어들이 리셀 열풍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은 전통적 중고거래와 구분된 리셀 시장이 2019~2024년 연 평균 39% 고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리셀 시장 성장세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의 부상도 주효하다. 이들은 공유경제, 투자에 익숙하면서 희소성 있는 제품 통한 자기 표현에 적극적이다. 글로벌데이터 컨슈머 서베이에 따르면 Z세대의 80%가 중고품 구매가 부끄럽지 않다고 답했다. 일회성 소비를 지양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도 리셀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리셀은 명품을 구하고 되팔기까지 발품과 시간이 든다. 리셀 관련주에 투자하는 건 이런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포쉬마크는 '미국판 당근마켓'이다. 가입자 수가 8000만명에 달해 3대 리셋 플랫폼 중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개인 간(P2P) 거래를 중개하는 방식이라 진품 및 중고품 상태에 따른 책임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정 연구원은 "활성 구매자 수 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둔화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레드업은 판매자가 보낸 중고품 중 판매 가능 제품을 선별, 세탁한 뒤 적정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이다. 월마트에서 숍인숍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누적 중고품 판매 개수 1억 개가 넘었다. 다만 세 회사 모두 신생 기업이라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향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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