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문병을 가던 길에 아버지와 함께 사고를 당했습니다."
10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로 숨진 김모씨(30·여)의 형부 신모씨는 막내 처제의 죽음을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분향소를 둘러봤다.
김씨는 사고가 난 9일, 광주 동구의 한 요양병원에 갑상선암으로 입원 중인 어머니 문병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자택인 북구 우산동에서 54번 버스를 타고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코로나19 탓에 어머니가 입원한 뒤 한달여 만에 가는 병문안길이었지만 김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은 채 광주기독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신씨는 "김씨가 다섯 자매 중 막내인데, 언니 네 명 모두 수도권 등지에서 생활해 혼자 부모를 모시고 사는 착한 딸이었다"며 "아직 장인께 딸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김씨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수의대 편입을 준비중이었는데,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비통한 마음뿐"이라며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받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떠나버리니 억울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9명의 희생자 가운데 유일한 10대 희생자인 김모군(17)의 유가족도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조선대 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김군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유가족과 친인척 등이 몰려와 울음을 쏟아냈다.
아직 상주 이름과 장지도 적히지 않은 분향소 알림판에서 김군의 사진만 덩그렇게 올라가 있었다.
김군의 큰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하던 밝고 쾌활했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죽어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군은 사고 당일 비대면 수업일이었지만 교내 음악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다녀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김군의 부모는 '아들이 사고 버스에 탄 것 같으니 제발 얼굴만 확인하게 해달라'며 경찰에게 애원해 주변에 모인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부모가 애타게 찾던 김군은 인명피해 현황판 속 '남·10대'라고 적힌 아홉번째 희생자로 이름을 올렸다.
광주=임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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