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유니콘] 길리어드보다 앞선 3세대 ADC 항암제 개발하는 피노바이오

입력 2021-06-28 09:39   수정 2021-08-04 09:39

<p> ≪이 기사는 06월 28일(09:39)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피노바이오는 3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로 미국 길리어드,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 세계 바이오텍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 하반기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시장 입성을 준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프리IPO를 통해 200억 원을 조달했다. 피노바이오에 두 차례 투자한 스틱벤처스의 정보라 이사가 경기 수원시 광교에 있는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를 만나 성장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사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글로벌 사업개발 경험이 풍부한 국내 전문가로 손꼽혔다. KAIST 유기화학 박사 출신인 정 대표는 2012년 한국화학연구원에 들어가 사업개발을 총괄하면서 노바티스의 항바이러스제 기술이전 등을 담당하며 실력을 쌓았다. 특허청 특허심사관으로서 국내 바이오·제약 특허기술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화이자 출신 인재 영입해 임상 역량 강화

정보라 이사(이하 보라) 2018년 피노바이오에 첫 투자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피노바이오를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의 기업으로 봤습니다. 당시엔 저분자화합물보다는 CAR-T 같은 유전자치료제나 펩타이드 기반 신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었죠. 저흰 저분자화합물로 좋은 표적을 둔 약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중엔 여전히 저분자화합물이 많잖아요. 특허청에서 특허를 심사해왔던 이력과 기술수출까지 했던 경험까지 갖고 계신 대표님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었죠.

정두영 대표(이하 두영) 한국화학연구원 시절이 생각나네요.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에 초기단계인 후보물질들을 머크나 화이자 같은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했었는데 우리나라는 2012년 들어서야 기술수출 전략이 잡히기 시작했죠. 시작이 이미 늦었던 겁니다. 당시 연구소나 공공기관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도입해 추가 개발한 뒤 자체 플랫폼을 확보하는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브릿지바이오와 같은 NRDO 기업이 성장하는 걸 보면서 2017년 창업을 하게 됐죠.

보라 사실 투자를 처음 했을 당시엔 저희 내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외 임상 역량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위험 요소들을 모두 해결하셨습니다. 벌써 해외에서 세 번째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스틱벤처스는 2018년 피노바이오의 시리즈A 투자에는 참여했지만 시리즈B 투자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당시 스틱벤처스는 투자 확대를 위한 조건으로 해외 임상 역량 확보를 제시했다.)

두영 맞습니다. 화이자 임상개발팀장 출신인 우사 래퍼티 박사를 최고규제책임자(CRO) 겸 최고임상책임자(COO)로 영입하면서 해외 임상을 위한 인적 구성을 갖췄습니다.

보라 그뿐만 아니라 대표님은 또 다른 신무기도 하나 만드셨는데요. 시리즈A 투자 때는 없었던 3세대 ADC 플랫폼을 추가로 구축하셨잖아요.

두영 첫 투자 유치 당시엔 없었던 부분이죠(웃음). 첫 투자 유치 이후 자체 연구역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NRDO 모델은 도입한 파이프라인이 실패하면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개발 초기단계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사업전략은 과거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늘었습니다.

예컨대 과거엔 2억 원이면 개발 초기단계 후보물질을 도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입 경쟁이 심해져서 10억 원은 줘야 물질 도입이 가능합니다. 도입한 뉴클레오시드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내성 문제를 극복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ADC 플랫폼으로는 협력사가 표적 항원과 항체를 가져오면 이에 맞는 ADC 치료제를 만들어주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습니다.

독성 잡은 약물 발굴해 ADC 치료제 단점 해결

보라 피노바이오의 ADC 기술은 어떻게 차별화되나요?

두영 ADC 기술은 1~3세대로 나뉩니다. 1세대는 항체에 약물을 단순히 붙이는 형태죠. 2011년 나온 첫 ADC 치료제인 씨애틀제네틱스의 애드세트리스나 2013년 나온 로슈의 케사일라가 대표적입니다. 1세대는 혈중에서 항체와의 연결이 끊어져 약물이 방출되는 문제, 항체 하나에 붙는 약물의 수가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2세대 ADC 기술은 항체 하나당 붙이는 약물의 개수를 일정하게 만들고 안정성을 강화한 링커 기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2세대 ADC 치료제는 혈액암에서 성과를 냈지만 고형암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표적 항원이 암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나타나다 보니 독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3세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페이로드)에 초점을 둡니다. 항암 효능이 좋으면서도 독성이 약한 약물을 붙이는 겁니다. 이리노테칸 같은 약물이 대표적입니다.

보라 3세대 ADC는 정상조직과 암조직 사이의 항원을 구별하는 방식이나 더 안전한 약물을 쓰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 추세인데요.

두영 저희는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이리노테칸보다 효능은 좋으면서 내성을 극복한 약물을 찾았습니다. 이리노테칸은 초기엔 반응이 잘 나오지만 점차 암세포막의 약물배출 펌프가 활성화되면서 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약물은 이 펌프로 배출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이리노테칸은 국소이성질화효소(토포아이소머레이스)-1 억제제인데요. 이 약을 쓰다 보면 암세포가 적응을 해서 국소이성질화효소-1 대신 국소이성질화효소-2만 발현하는 식으로 내성을 갖게 됩니다. 저희 약물은 국소이성질화효소-1의 발현량이 줄어들어도 잘 작용합니다. 향후 길리어드의 트로델비나 다이이치산쿄의 엔허투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라 기존 ADC 기술이 항체에 약물을 정량으로 붙이는 기술에 초점을 뒀다면 피노바이오는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페이로드를 찾은 것이군요.

두영 그뿐만이 아닙니다. 암 주변에서 선택적으로 약물이 방출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암세포는 ADC 치료제가 약물 연결을 잘 끊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도 내성을 확보합니다.
저희는 암세포 주변에서 방출된 약물이 암세포를 죽인 뒤 옆에 있는 암세포로도 잘 이동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비임상에선 엔허투나 트로델비 대비 동등 이상의 효능이 나왔습니다.

내성 극복한 차세대 항암제로 미국·호주 임상

보라 첫 투자를 했을 당시엔 녹내장 치료제인 ‘NTX-101’의 전임상이 끝날 즈음이었죠. 그때만 해도 뉴클레오시드 기반 플랫폼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었는데, 단기간에 ADC 플랫폼까지 구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또 다른 플랫폼인 뉴클레오시드 플랫폼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피노바이오는 뉴클레오시드 기반 표적항암제인 ‘NTX-301’과 ‘NTX-303’으로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혈액암 대상인 NTX-301은 지난 2월 미국 임상 1a상의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고형암 대상인 NTX-303은 미국에서 단독 투여로 2019년 말 임상 1a상을 마쳤다. 지난 5월 호주에서 병용투여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아 6월 중 첫 투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영 처음에 NTX-301 개발을 시작한 계기는 덱시타빈 같은 약의 내성 문제를 극복한 바이오베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내성 극복을 위해서 국내외 자문단과 계속 논의를 했죠. 약물의 뉴클레오시드 구조에서 오각형 고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른 물질로 바꾸면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전임상과 임상 1a상을 하는 물질이 눈에 들어왔죠.

NCI와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축적되면서 뉴클레오시드 기반 후보물질들도 함께 축적됐습니다. NTX-303도 NTX-301과 같은 물질인데 적응증이 바뀐 겁니다.

보라 이미 DNA 합성 차단을 억제하는 치료제로 릴리의 젬자나 로슈의 젤로다 같은 항암제가 있잖아요.

두영 저희 약은 DNA 합성을 차단하진 않고요. 암세포 표면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진해 암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암세포가 분화돼 더 잘 죽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거나 최소한 더 성장하지 않는 형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죽이는 대신 암세포를 암이 아닌 무언가로 만들거나 다른 항암제에 쉽게 죽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보라 플랫폼 기술로는 어떻게 확장이 가능한 건가요?

두영 계속 연구해보니 뉴클레오시드 구조체를 변형하면 기존에 알려진 표적 항원 외에 다른 단백질도 표적으로 저해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뉴클레오시드 구조체의 특정 부분을 변형하거나 새로 조합하면 특정 암세포에 대한 약물 전달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임상 평가 차별화해 녹내장 치료제 개발

보라 녹내장 치료 후보물질인 NTX-101은 피노바이오가 처음 시작한 파이프라인이죠?

두영 피노바이오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입니다. 기술료를 내고 연구원에서 가져온 파이프라인이 NTX-101입니다. 안압을 낮춰주는 방식의 녹내장 치료제는 나와 있는데요, 문제는 안압이 떨어지더라도 시신경 손상이 계속 일어난다는 겁니다. 저희 약은 안압 상승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을 정상 수준으로 줄이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시신경을 직접 보호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임상 1상 결과가 올 9월이면 나올 예정인데 아직까지는 예상하는 적정 치료용량보다 용량을 2배가량 끌어올려도 부작용이 안 나왔습니다.

보라 임상이 그렇게나 진행됐나요?

두영 녹내장 치료제 임상도 착실히 진행했습니다(웃음). 추후 임상에선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녹내장 치료제 임상은 시야 소실, 시력 손실 등을 평가할 때 환자 주관에 의지하다 보니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망막과 시신경세포가 죽어 있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진단기술을 가진 영국 기업과 협업해 단기간 내에 시신경 보호 기능, 시력 유지 기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쪽으로 임상 2상 설계를 하려고 합니다.

보라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계획이신가요?

두영 우선 NTX-301 임상 자금과 ADC 플랫폼 개발자금으로 쓰려고 합니다. ADC 플랫폼을 본궤도에 올려서 3~4건 이상 기술이전을 하게 되면 여기에서 나오는 계약금을 수령하는 것만으로도 자립이 가능할 겁니다. 2018년부터 ADC 플랫폼을 개발해왔습니다. 지금은 후보물질로 전임상에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2023년 상반기 중 임상 1상에 착수하는 게 목표인데, 기술이전은 그 이전에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후보물질 하나 정도는 2a상까지 직접 끌고 가려 합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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