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전 등 지방에서 아파트 후분양이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 누르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2월 고분양가관리지역에 대한 분양보증 및 분양가 심사 기준을 사업장 인근 시세 기준으로 바꿨다. 그러나 인근에 시세가 싼 아파트밖에 없는 경우 여전히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고 있다. 아파트를 일정 수준(60%) 짓고 나면 분양가를 자유롭게 정하는 후분양으로 조합들이 방향을 틀고 있는 이유다.
부산에서도 온천4구역, 명륜2구역 등 재건축조합들이 턱없이 낮은 분양가를 통보받은 뒤 후분양을 검토하고 나섰다. 4043가구 중 무려 233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오는 온천4구역 ‘래미안 포레스티지’가 대표적이다. HUG의 분양보증가격이 3.3㎡당 1628만원으로 나오면서 분양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이 예상한 3.3㎡당 1900만원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해당 조합은 분양보증가격 재심사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후분양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보증 없이 조합이 자체적으로 금융사들과 공사비 대출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521가구를 공급하는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에서 1323가구를 짓는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조합도 같은 이유로 후분양을 선택했다.
시세를 반영해주기로 했지만 분양가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특히 주변에 가격이 싼 아파트만 있는 경우는 턱없이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 이런 이유로 조합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후분양에 나서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을 하게 되면 공사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고 차입에 따른 이자도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이런 부담을 감내하더라도 후분양으로 제값을 받고 분양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후분양 단지가 늘어나는 것은 청약을 기다려온 수요자들에게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후분양은 제값을 주고 거의 한번에 사는 것이어서 자금 부담이 크다. 청약가점도 필요하지 않다. 대전의 한 청약 대기자는 “숭어리샘 일반분양을 노리고 차곡차곡 청약점수를 쌓아왔는데 후분양이 결정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의 한 지역에서 첫 정비사업을 하는 경우 인근 시세가 워낙 싸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한 새 아파트 시세가 반영될 수 있도록 HUG가 보다 유연한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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