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애셋이 한국 의료기기 업체 레이의 주요 주주에 올랐다. 구급차 등 특수장비 차량 생산회사 오텍 지분은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헤지펀드 사이언애셋은 레이의 지분 4.85%(64만5101주)를 최근 장내 취득했다. 레이는 임플란트와 교정 등 치과 치료에 필요한 영상 장비와 프린터 등을 개발해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합작사 설립을 통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사이언애셋이 투자한 한국 업체들은 대체로 가치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한국철강 등을 자회사로 둔 KISCO홀딩스를 비롯해 오텍과 현대이지웰, 조선선재, 비츠로셀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관심이 높지 않지만 해당 분야에서 1, 2위 역량을 갖춘 업체들이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장중에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레이는 바이오 기업이지만 탄탄한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의료기기 업체”라며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용 의료기기와 치과 관련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레이는 올해 매출 909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각각 64.6%, 267.3% 늘어난 수치다. 사이언애셋은 작년 12월 8.45%의 지분을 보유했던 오텍 지분은 대폭 낮췄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오텍 지분은 3.72%로 낮아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사이언애셋이 오텍 지분을 추가 매도한 뒤 레이 지분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텍은 구급차, 물류차, 장애인차 등 특수장비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작년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이동형 음압 병동을 수출해 주목을 받았다.
버리 대표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하고 공매도를 걸어 큰 수익을 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명성을 떨쳤다.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애셋은 2018년부터 한국 주식에 투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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