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드리워진 ‘인플레이션 공포’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미국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폭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은 5월이 정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등 인플레이션 공포가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이자 숨죽였던 성장주가 반등 시동을 걸었다. 올초부터 소외됐던 성장주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때가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성장주였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0%로 컨센서스(4.7%)를 웃돌았지만, 중고차·렌터카 값과 운송비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연 1.45%)는 오히려 전날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78% 상승했다.
국내 증시도 반도체, 2차전지 등 성장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LG화학은 5.33% 오른 85만원에 마감했고, 삼성SDI는 4.59%, SK하이닉스는 4.07% 상승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카카오와 현대차도 각각 1.50%, 1.06% 상승 마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최근 테이퍼링에 대한 두려움이 수그러들면서 가격조정이 있었던 기술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2.49%)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카카오게임즈 등 시총 상위주가 일제히 상승, 코스닥지수는 3.36포인트(0.34%) 오른 991.13에 마감했다.
특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반도체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이 꼽히는 만큼 성장주의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순환매 증시에서 소외돼온 성장주의 차례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내년의 이익성장률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며 “내년 업종별 이익증가율이 10~20%로 둔화되는데 증가율 30%를 웃도는 반도체 업종이 코스피 전체 이익증가에 크게 기여하며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철수 센터장도 “코로나19는 기술혁신 속도를 오히려 더 빠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기술주에 대한 향후 실적은 나쁠 수 없다”며 “가치주, 민감주의 키맞추기가 끝난 만큼 하반기부터 실적이 좋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주가가 반응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미 주택가격지수가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높아지면 다시 성장주를 누를 수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물가 수준이 비교적 높게 유지된다면 테이퍼링에 대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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