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참돔의 공습에 국내 참돔 양식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연기와 내수 부진으로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 일본산 양식 참돔이 ‘덤핑 가격’ 수준에 국내로 밀려 들어오고 있어서다. 국내 참돔 양식업계가 도쿄올림픽 흥행 부진의 유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11일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6월 1주차 국산 양식 참돔의 ㎏당 가격은 79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00원보다 18.6% 떨어졌다. 국산 양식 참돔은 2주 전에는 ㎏당 68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평균 가격(1만400원)의 65%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일본산 양식 참돔이 국내 가격 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양식업계는 도쿄올림픽 대목을 겨냥해 2~3년 전부터 참돔 양식 물량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올림픽이 연기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부진이 길어지자 물량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당 920엔(9300원)대였던 일본산 참돔의 현지 가격은 지난해 500엔(5000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싼 가격에도 현지에서 소화되지 못한 일본산 참돔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참돔 양식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 양식업을 하는 김수환 씨는 “현재 유통되는 참돔 가격으로는 사료값도 못 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참돔의 공세에 국내 참돔 양식업체도 줄고 있다. 지난해 참돔 양식업체는 418개로 10년 전보다 38.4% 감소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덤핑 공습’은 참돔에 국한하지 않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일본산 활어는 6794t에 달했다. 2008년(6854t) 후 최대치다. 올 들어 4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활어는 2877t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일본산 활어 연간 수입량이 사상 처음으로 8000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산 수산물이 쏟아지면서 일본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원산지 정보를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모둠회 전문점 등에서 발생한다.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벌인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점검 결과 원산지를 거짓 표시해 적발된 품목 49건 중 일본산이 28건으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결정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142만 개에 달하는 전국 식당과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원산지 단속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단속률은 1.9%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양식업계는 검역과 원산지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일본산 수산물이 물밀듯 들어오는데 검역도 원산지 단속도 너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장강호 인턴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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