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이야기’(2019)는 첫눈에 반해 결혼했던 극단 감독과 영화배우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이혼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찰리(애덤 드라이버 역할)와 니콜(스칼릿 조핸슨)은 귀여운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니콜은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자신이 뒤처진다는 느낌에 서서히 지쳐 간다. 찰리가 함께 일하는 무대감독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니콜은 이혼을 결심한다. 좋은 관계로 헤어지고 싶은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이혼 합의를 꾀한다.
가사노동이 실질적으로 사회 후생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경제학적으로 생산활동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은 부속계정으로 ‘가계 생산 위성 계정’을 개발했다. 국민계정 체계와 완전히 통합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가계 총산출은 494조1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3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생산은 378조원인데, 이 중 360조7000억원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였다. 이는 2014년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1486조790억원의 2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가사도우미를 쓰는 등 가사활동을 아웃소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경우 가사활동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생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가사근로자법)’이 의결돼 1년 후 시행된다. 가사도우미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법원 판례에서도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왔다. 이혼 소송에서 결혼 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된다. 대법원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기여도는 혼인 기간과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남편의 변호사 제이(레이 리오타)는 니콜의 출연작을 ‘가슴을 노출하는 삼류 영화’라고 혹평한다. 노라는 찰리가 연출한 연극을 ‘보잘것없다’고 깎아내린다. 변호사를 통해 과장되고, 의도하지 않은 내용까지 전달되면서 서로에겐 상처가 남았다. 막대한 변호사 비용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도 겪는다. 니콜의 엄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삼류 연극 연출까지 맡게 된다. 아들 헨리를 위한 학자금 저축도 못 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리인을 통해 비용만 커진 셈이다. 경제학의 주인·대리인 문제다. 변호사는 착수금, 시간당 수임료 등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송 의뢰인의 이해관계를 완벽하게 대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랑에 빠져 행복했던 시간, 갈등이 시작되며 힘들었던 기간, 이혼을 준비하며 서로를 갉아먹던 시간. 경제학적으로는 매몰비용일지 모르지만 각자에겐 성장을 가져온 시간이기도 했다. 이혼의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의 제목이 ‘결혼이야기’인 것은 이혼 역시 결혼을 완성해가는 한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혼만이 정답일까. 사랑의 효용을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찰리가 이혼 후 부른 노래 ‘살아가게 하는 것(Being Alive)’의 가사처럼 사랑은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인 동시에 ‘내가 이겨내도록 도와주고 날 살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대리인이 주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을 감안해 변호사를 쓰지 말아야 할까, 전문적인 법률 조언을 받아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변호사에 사건을 의뢰해야 할까.
③ 우리의 혼인율은 급격히 줄고 이혼율이 늘어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대책을 세워 바로잡아야 할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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