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삼킨 소년》은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이다. 《박상률의 청소년문학 하다》에 ‘청소년소설에 반드시 청소년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어른만 나와도 무방하다. 어른의 문제 가운데 청소년의 문제로 이어지는 소재면 충분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청소년소설 주인공의 나이 분포도는 대개 만 13세부터 18세까지다. 그래서 청소년소설을 1318소설이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국가기관인 통계청에서는 9세부터 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소리를 삼킨 소년》의 주인공은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중2 남학생’에서 ‘중2병, 반항, 학교폭력, 나쁜 선생님, 가출, 욕’ 얘기가 나올 거라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소리를 삼킨 소년》은 클리셰를 비켜가는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안긴다. 주인공 이태의는 경증의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으면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말을 하지 못하는 함묵증까지 갖고 있다. 그 대신 엄청나게 빠른 문자 보내기 솜씨로 의사소통을 한다.
국어 점수가 매우 낮은 태의는 상대방이 돌려서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지만 답이 명확한 수학 성적은 우수하다. 참을 수 없는 몇 가지 현상이 일어났을 때 이상반응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쌍안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후 태의는 인상착의와 냄새를 단서로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추리에 도움을 주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인 반장 나은수와의 만남은 데이트 같기도 해 알콩달콩하면서 싱숭생숭하다. 매일 공원 벤치에서 태의에게 우유를 얻어먹는 노숙자 할아버지는 전직 형사 출신이다. 은수도 할아버지도 태의가 뭘 하는지 모르는 가운데 도움을 준다.
태의가 범인을 잡기 위해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답답하고 걱정스러워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된다. 때때로 발작을 하고, 정해진 대로만 행동하지만 순수하고 진지한 태의를 보면 마음대로 행동하고 함부로 말하는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소리를 삼킨 소년》은 적막한 가운데 깊은 생각을 하는 소년과 함께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온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어쩌면 손가락과 머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니 오히려 더 분주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왕따여서, 내 형편을 드러내기 싫어서 태의처럼 혼자 지내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나은수와 형사 출신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뒤 친구들의 부러움도 사고 트라우마까지 이겨내는 태의를 보면 ‘함께 다같이’의 힘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소설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학교 폭력 얘기인데, 《소리를 삼킨 소년》에서 태의는 놀림을 받지만 큰 어려움을 겪진 않는다. 남자아이들이 태의를 괴롭히려고 하면 반장 은수가 “한 번만 더 그러면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전화할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이다. 친구의 도움과 제도의 중요성을 은근슬쩍 강조하는 대목이다.
청소년소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끄럽고 과장된 내용에 대한 비판이 일부 있었다. 몇몇 작가가 비속어와 신조어를 마구 남발해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선생님을 지나치게 나쁘게 그리거나, 폭력적인 주인공이 계속 욕을 하고, 술 담배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 등을 묘사해 모방 범죄 우려와 독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기의 문제 많은 주인공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생긴 일이다.
《소리를 삼킨 소년》은 폭력성과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청량감과 함께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그와 함께 태의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빠의 진정성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또래 주인공이 등장하는 다양한 청소년소설을 읽으면 삶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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