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창궐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가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과 백신 보급 성공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물가도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제 Fed 내부에서도 통화 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3월 Fed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25%로 인하했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매월 1200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정책을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테이퍼링은 바로 Fed의 이 채권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미국 총 취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도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700만 명가량 미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 압력, 자본시장 과열 우려로 Fed가 테이퍼링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 자체는 유효하다. 하지만 Fed는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테이퍼링을 금리 인상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Fed의 장기 기준금리 전망이나 과거 테이퍼링 사례를 볼 때 내년 초나 이르면 올해 4분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늦어도 올 3분기 중 Fed가 테이퍼링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에 따른 시장 영향은 실제 시행 시점보다 최초 시사 단계에서 오히려 컸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3분기를 전후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테이퍼링 실시가 기준금리 인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업 실적이 경기 회복에 맞춰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테이퍼링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승희 < 국민은행 WM투자전략부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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