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 YES, 섹시쿠키 등 속옷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좋은사람들은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좋은사람들의 몰락은 국내 속옷 전문업체들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국내 속옷 시장은 BYC, 쌍방울(TRY·비비안), 신영와코루(비너스) 세 개 회사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비메이커 속옷업체들의 등장으로 시장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속옷 브랜드 순위는 BYC(30.6%), 비메이커(13.2%), 비너스(13.2%), 비비안(10.9%) 순으로 조사됐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전통 속옷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편한 속옷을 찾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자주 등 비메이커 업체들은 편한 속옷이란 트렌드를 발빠르게 포착, 속옷 시장을 잠식해왔다. 최근 이들이 선보인 여성용 사각팬티, 트렁크 등은 인기가 높다. 자주의 올해 1~5월 여성 사각팬티(사진) 매출은 삼각팬티 매출을 넘어섰다.
BYC와 쌍방울(비비안), 비너스 등 국내 속옷업체들도 최근 트렌드에 맞는 편안한 속옷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BYC는 여성을 위한 사각팬티 ‘보디드라이’와 와이어와 패드가 없는 편한 브래지어인 브라렛 신제품을 선보였다. 광고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꿨다. 기존 광고에선 모델이 속옷을 입고 몸매를 보여줬다. 최근엔 제품을 손에 들거나 옷걸이에 걸어놓고 광고를 찍는다.
쌍방울의 TRY는 지난 2월 여성 전용 트렁크 팬티 ‘하나만’ 시리즈를 출시했다. 봄·여름 시즌엔 무봉제 특수기법을 사용한 ‘심프리’ 라인도 선보였다. 심프리 라인은 속옷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제품으로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다.
이런 여성 속옷 시장 변화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속옷 기업 빅토리아시크릿이다. ‘란제리 쇼’로 유명한 빅토리아시크릿은 2018년 쇼를 전면 중단하고 프리사이즈 모델을 기용했다.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신체를 강조하는 광고를 선보이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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