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역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부지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땅값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입 시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7년 전 매입 당시에는 ‘너무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던 땅이다. 이미 매입 가격은 넘어섰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오랫동안 시달려온 ‘땅 고가 매입’ 논란에서 놓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7만9342㎡)를 경쟁입찰을 통해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2조원대 공시가(토지+건물)의 5배, 감정가(3조3346억원) 대비 3배가 넘어서 다들 비싸다고 했다. 주변 건물은 대개 3.3㎡당 1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현대차는 토지만 4억3879만원대에 매입했다. 업계에서 본 해당 부지의 적정 가격은 5조원이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GBC 부지의 ㎡당 공시지가는 7394만원, 총 5조8673억원이다. 2015년 2560만원(총 1조4837억원)에서 4배 가까이 올랐으나 여전히 매입가격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주변 시세를 감안한 시가는 얘기가 다르다. 이미 10조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와 올해 GBC 부지 주변 삼성동, 대치동 일대 건물 실거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 지역 실거래가는 공시지가의 2~4배 수준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헤란로에 있는 삼성동 위워크빌딩은 지난해 9월 1674억원에 팔렸다. 2017년 매각가격 1271억원에 비해 4년 만에 약 40% 상승했다. 건물 가격을 뺀 토지 가격(3.3㎡당)은 3억9621만원으로 공시지가 2억559만원 대비 1.92배 높은 수준이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인근 삼성동 부지는 지난해 3월 81억1723만원에 팔렸다. 토지 가격은 2억2213만원으로 공시지가(3.3㎡당 8586만원) 대비 3.86배 수준이다.
GBC 부지 바로 옆 삼은빌딩은 지난 2월 210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토지 가격은 3.3㎡당 1억3694만원, 공시지가 대비 3.44배였다. 주변 건물들의 공시지가 대비 실거래가 배수를 GBC 부지에 적용하면 이 땅의 시가는 낮잡아도 11조2652억원(1.92배), 높게 잡으면 22조6477억원(3.86배)에 달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GBC 부지의 가치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역 일대는 향후 광역급행철도(GTX) 2개 노선이 교차하는 데다 영동대로 지하화 등의 호재도 있다. 현재 땅값이 가장 비싼 강남역 일대(3.3㎡당 7억원)보다 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지금보다 30년, 50년 뒤 가치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도 “앞으로 강남 일대에서 이 정도 개발부지가 나오기 어렵다는 희소성과 상징성 등을 감안하면 건물이 지어진 뒤에는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