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관련 법규 및 규정 등에 따르면 OTT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방송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법적 위치가 불확실하다. 올해로 개정된 지 20년째인 방송법엔 OTT 개념 자체가 없다. 11년 전 제정된 인터넷TV(IPTV) 특별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 IPTV와 OTT는 아예 별개여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IPTV는 통신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망과 IP셋톱박스를 통해 제공하는 유료 방송 서비스다. OTT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서비스가 아니면서 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내 OTT산업 관할이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리돼 있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각자 주도권을 주장하며 OTT 개별 법안을 추진하는 동안 각종 입법이 계류된 상태다. 통신망을 관리하는 과기정통부는 OTT를 ‘특수유형의 부가통신’으로 본다. 문체부는 OTT를 ‘온라인동영상콘텐츠제공업’으로 분류하려 하고 있다. OTT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부터 콘텐츠 제작사,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것도 부담이다. 개방 인터넷망을 쓴다는 점만 같고, 각자 사업 내용이 들쭉날쭉해 일괄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블랙아웃 사태에도 어느 쪽 하나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모바일TV 사용료 협상 갈등은 방송 서비스 수급 갈등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지난 11일 “대가 산정 문제로 실시간 채널이 중단될 경우 국민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이용자 불편과 협상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여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했지만 협상 결렬을 막지 못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경기에서 심판 볼 권한이 없는 이들의 경고여서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콘텐츠 측면에 주로 관여하고 있는 터라 이번 사안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달 IPTV협회와 CJ ENM 등의 콘텐츠 사용료 정산안을 논의할 회의체를 가동할 예정이다. IPTV협회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가입해 있다. 모바일TV 관련 두 기업이 참여하지만, 규정상 IPTV 회의체다 보니 모바일TV와 연관된 협의가 나오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OTT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협의체나 정책 관할권을 알기 힘든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불확실성이 길어져 또 다른 갈등이 나오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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