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강타한 ‘이준석 신드롬’ 뒤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역·세대·계파로 나뉘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던 ‘꼰대’ 정치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적 갈구가 그를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등 ‘불공정’에 분노한 청년들은 그가 던진 ‘공정 경쟁’이란 화두에 몰입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그의 SNS 소통 방식은 더 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검찰개혁’ 같은 국민 실생활과 괴리된 얘기에서 벗어난 ‘탈(脫)여의도 언어’도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킨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8~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30대(39.2%)보다 60대 이상(41.0%)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대(47.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세대교체’ 열망은 그만큼 전 세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30년간 ‘친박’, 86세대 등 특정 정치 세력이 정치를 주도했지만 사회 발전은 더뎠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크다”며 “이런 구태를 깨려는 이미지에 사람들이 열광했다”고 분석했다.
그가 던진 공정 경쟁이란 화두는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등 불공정 이슈에 분노하던 청년들을 자극했다. 이른바 ‘약자’를 보호한다는 현 정부가 삶의 질 개선은커녕 경쟁의 기회마저 빼앗아간다고 느낀 이들에게 공정 경쟁이란 메시지는 소구력이 컸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지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의 룰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사회 심리가 강해졌다”며 “이런 정서와 반대로 취업시장과 대학입시에서 할당제가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젠더 이슈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페이스북에서 연일 설전을 벌인 게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돼 그의 정치 구호를 선명하게 한 계기가 됐다. “진 전 교수가 사실상 이준석의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기존 계파와 지역 중심의 여의도 언어를 벗어난 것도 특징이다. 그는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마지막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는 ‘공교육 강화’를 통한 기회의 공정을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충청권 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친분을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60대 이상 보수층이 “젊은 친구 얘기에 틀린 게 없다”며 공감을 표시한 데에는 ‘정치’를 넘어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그의 연설에 공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진보·보수 이데올로기나 특정 계파에 얽혀 있지 않다는 이미지와 기득권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그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양길성/최예린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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