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고객센터 노조 파업과 관련해 14일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는 직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1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입장문에서 "공단은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자이자 5대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통합 징수하는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단식 이유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즉시 멈춰줄 것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동시에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은 지난 10일 시작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970여 명은 고객센터 외주화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건보공단은 콜센터 업무를 효성ITX·제니엘 등 민간기업에 위탁하고 있는데 노조 측은 이들을 건보공단의 정직원으로 채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공단이 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용역 노동자 700여 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도, 고객센터 직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4대 보험기관 중 국민연금과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가 직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노조의 전면 파업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노조 측은 건보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등을 주장하며 24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조합원 등 50여 명은 강원 원주혁신도시 내 건보공단 본부를 찾아 김용익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물리적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에 대해 건보공단 기존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은 과도한 혜택을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을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려 애쓰는 건보공단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시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인은 “콜센터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 가산점이 주어지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에도 또 다른 건보공단 정규직 직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상황과 장애를 이겨내고 힘써서 노력해 공단에 들어온 노력이 인정받는 공정한 사회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건보공단 직원들이 다수 가입돼있는 건보공단 노조는 회사측이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사무논의협의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직고용 논의 자체가 정당하지 못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 노조에도 협의회 참석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시도록 거듭 요청했으나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갈등의 악화를 멈추고 대화의 새로운 판을 짜자는 저의 제안에 두 노조가 곧바로 호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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