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효과’로 이날 호국음악회는 온·오프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 인원이 제한돼 민간인 참석자는 700명으로 제한됐음에도 현장에서 박보검을 보겠다는 열기로 경쟁률도 치열했습니다.
호국음악회 유튜브 영상도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운영하는 채널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국적의 네티즌들이 각국 언어로 박 상병을 응원하며 이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습니다. 뮤지컬 형식의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나올 때조차도 박 상병을 응원하는 수많은 일본어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올해 MADEX에는 7개국 110여개의 방산업체가 참여했습니다. 각 업체가 자신들의 최첨단 해양 방산기술을 선보이며 해군·해병대 및 방사청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애썼습니다. 함정·잠수함 및 각종 무기는 한번 수주하면 사업 무산 가능성도 매우 낮고 한꺼번에 큰 거액이 투입되기 때문에 매우 경쟁이 치열한 대규모 시장의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화된 경(輕)항공모함 사업입니다. 경항모는 건조 비용만 2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이날 각 사업의 수주를 두고 대표적인 ‘라이벌’ 방산 업체들이 격돌했습니다.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국산화 사업을 놓고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섰습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경항모 사업 수주전에서 맞붙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스키점프대’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갑판 모형을 선보여 많은 군 관계자들과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이날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모델은 전장(길이) 270m, 전폭 60m로 경항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크기였습니다.
라이벌 대우조선해양은 전통적인 평갑판을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헬기 동시 이착륙 능력 등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중공업의 경항모 모형에 비해 전장이 7m 짧지만 일정 시간 내 전투기의 출격 가능 횟수를 뜻하는 ‘소티 생성률’에 집중했습니다. 두 회사는 곧 합병 절차를 앞두고 있음에도 이번 수주전에서는 격렬하게 맞붙었습니다. 특히 지난 10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전시회장을 찾았을 때는 ‘총장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쳤습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됐던 군사 교류가 딱딱한 형태의 ‘회담’이나 ‘대화’가 아닌 행사 참석으로 자연스럽게 재개된 것입니다. MADEX에 참석해 한 시간 가량 현장을 둘러본 새뮤얼 파파로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은 다음날에는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도 방문해 생도들에게 ‘지휘관의 시각’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MADEX를 계기로 미래 동맹국 해군의 주역이 될 생도들과의 스킨십 기회도 가진 것입니다.
제리 키드 영국 해군 함대사령관(한국의 해군작전사령관 격)은 지난 10일 MADEX와 함께 열린 ‘2021 함정기술·무기체계 세미나’에서 직접 기조강연에 나섰습니다. 키드 사령관은 “항공모함은 군사적, 정치적 선택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힘이자 전략적인 도구”라며 “항모가 지닌 전략적, 작전적 요구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키드 사령관은 특히 “영국 해군 항모는 헬기, 드론은 물론 F-35B 전투기 36대를 실을 수 있는 등 5세대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고 전략적 억제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별도의 ‘영국 부스’까지 만들어 MADEX에 참여한 영국 방산을 적극 홍보한 것입니다.
MADEX가 열리는 기간 수영강 너머의 대연동도 분주했습니다. MADEX를 찾은 많은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유엔기념공원도 함께 참배했기 때문입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11개국 2311분의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공원에 참배해 자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입니다.
이처럼 지난 한 주 부산에는 전세계에서 찾는 군사·보훈 외교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MADEX의 '공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는 오는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최됩니다. 치열해진 미·중 갈등과 주변국과의 갈등, 남북 관계 악화 등으로 한국의 외교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진 요즘이지만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이같은 분야에서도 수많은 외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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