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달랐다. 외국인이 소주를 좋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과일맛 소주였다. 2015년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자몽에이슬’ 등 과일맛 소주는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한인식당에서만 찾던 소주의 말레이시아 현지인 음용 비율은 2016년 24.5%에서 지난해 82.7%까지 올라갔다. 소주 10병이 팔리면 8병은 현지인이 사갔다는 얘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42억8000만달러(약 4조78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악재에도 전년(37억3000만달러·약 4조1700억원) 대비 수출액이 14.7% 증가했다. 올해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K푸드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사상 처음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K푸드의 성공 배경으로 K컬처 흥행을 꼽는다. 해외에 한국 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 요리와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톱스타로 성장한 아이돌 가수가 한국 식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해외 팬들 사이에서 떡볶이를 먹고 인증샷을 남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K무비의 위상을 알린 영화 기생충은 해외 시장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동원F&B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밑반찬인 김치와 참치를 조합한 참치캔 ‘동원 김치참치’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 할랄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식품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김치와 불고기가 K푸드를 이끌었다면 최근 K푸드의 주인공은 떡볶이와 치킨 등이다. 이에 힘입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떡볶이와 치킨 등을 주메뉴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치킨플러스는 2018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과 중국, 일본 등에 진출에 가맹 계약을 맺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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