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기업인 레모넥스는 화이자와 모더나를 뛰어넘는 mRNA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사진)는 14일 “상온에서도 독성 문제 없이 안전하게 mRNA 약물을 체내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mRNA 기반 전염병·항암 백신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mRNA는 특정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설계도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속 mRNA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세포 감염에 쓰이는 단백질에 대한 ‘도면’을 갖고 있다. 몸속 면역세포는 이 mRNA를 바탕으로 생성된 바이러스 단백질을 공격하면서 면역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mRNA는 혈액 속에서 쉽게 분해돼 보호막이 필요하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로 불리는 기름 보호막을 쓰지만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 보관이 필수다.
레모넥스는 mRNA 등의 약물을 전달하는 ‘데그라다볼’이라는 독자기술을 갖고 있다. 구멍이 숭숭 나있는 공 모양의 약물전달체에 mRNA 등의 약물을 실어 치료제로 만들 수 있다. 체내에 남으면 독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LNP와 달리 이 약물전달체는 몸속에서 서서히 분해된다. 고체 가루 형태로 만들 수 있어 냉동 보관할 필요도 없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적용한 비대흉터 치료제 ‘LEM-S401’로 호주 정부에 임상 1상을 신청했다. LEM-S401은 흉터 유발 단백질을 생산하는 RNA를 잘라낼 수 있는 물질인 ‘소간섭 RNA(siRNA)’를 약물로 활용한다. 원 대표는 “세계 비대흉터 치료 시장은 25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며 “개발 중인 경쟁 치료제 대비 100분의 1 용량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국소 투여가 가능한 면역항암제도 만들고 있다. 원 대표는 “투약 횟수를 1일 2회에서 1주 1회로 줄였다”며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mRNA를 이용해 면역세포의 암세포 공격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항암백신과 코로나19 이후 유행할 전염병 백신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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