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에 연내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4000조원이 넘는 민간부채는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성 등에 큰 부담이다. 특히 코로나 금융지원책 등으로 근근이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더 줄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무더기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급증하는 빚 자체도 문제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통계수치 속에 담긴 국민의 ‘고통’이다. 일자리 고통,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사업 고통, 서민·중산층의 주거 고통, 주택소유자의 세금 고통 등이 ‘빚내야 살 수 있는 삶’과 뗄 수 없는 배경이다. 이런 고통의 많은 부분은 정부가 약자를 돕겠다며 내놓은 어설픈 정책들이 빚어낸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하는 바람에 이를 감당 못 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2019년에도 폐업한 자영업자가 85만2572명으로 전년보다 2만여 명 증가한 점에서 코로나 핑계를 댈 수 없는 정책 실패다.
오죽했으면 광주에서 카페를 하는 자영업자가 “서민 삶을 하나도 모르는 패션좌파들이 ‘시급 1만원도 못 주면 장사 접어라’라는 소리를 거침없이 한다”고 공개적으로 작심비판했다.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광주에서조차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젊은이들의 ‘영끌, 빚투’에도 월급을 모아봤자 집값 폭등에 ‘벼락거지’가 될 뿐이라는 실망과 좌절감이 투영돼 있다. 집 한 채뿐인 은퇴자들은 갑자기 늘어난 세금을 내느라 빚을 내야 하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기본소득이니 안심소득이니 하며 돈풀기에만 골몰해 있다. 국민에게 제공할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고,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란 단순한 진리를 진짜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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