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39)는 요즘 대출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다. 코로나19로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소상공인재단 긴급대출, 소상공인 2차 대출, 무이자 경영안정자금으로 6000만원을 빌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과 ‘매출 절벽’이 계속되자 박씨는 그 뒤로도 저축은행에서 700만원, 카드회사에서 500만원을 더 빌렸다. 박씨는 “갈수록 신용도가 떨어져 최근에는 캐피털, 대부업체에서도 대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중채무자는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2금융권 대출까지 받는 만큼 ‘대출 돌려막기’에 따른 잠재부실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주희 나이스평가정보 매니저가 펴낸 ‘차입규모 변동을 고려한 가계대출 건전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같은 다중채무자여도 자영업자의 잠재부실률이 임금근로자보다 항상 높게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신용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이 15.94%로 임금근로자(5.77%)의 세 배에 달했다. 문제는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의 절반이 다중채무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 차주는 총 254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은 49.5%다.
자영업자가 사업자 명의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비은행권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은 157조3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9.8%(26조원) 늘어나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14.1%, 49조3000억원)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경쟁력과 업종별 과당 경쟁 여부, 코로나19 이후 회복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려주는 식의 대응은 자영업자를 더 깊은 빚의 늪으로 빠뜨리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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