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S3파트너스 데이터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밈 종목 후속 주자는 23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이 1억달러를 넘으면서 공매도 잔량이 15% 이상인 종목이 밈 열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밈 주식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이 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유행처럼 매수 주문이 몰리는 종목을 말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주식게시판 이용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AMC 주가를 잇따라 끌어올리면서 밈 주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게임스톱 주가는 올해 1월 2500% 급등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는 기관 등의 공매도에 매수로 맞섰다. 실제 공매도 물량이 15%를 넘는 230개 기업 주가를 살펴봤더니 이들 중 80% 이상이 최근 한 달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평균 18%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2.3% 오른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최근 밈 열풍을 타고 주가가 요동친 보험사 클로버헬스는 유통 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율이 42.5%에 달한다. 전기자동차 회사 워크호스(43.1%), 민영 교도소업체 GEO그룹(36.7%)도 공매도 비율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미국 개인투자자가 많이 사고파는 종목이다.
공매도 비율이 높다고 모두 밈 열풍에 올라탄 것은 아니었다. 시가총액 1억달러 이상 미국 기업 중 공매도율이 가장 높은 광고기업 퍼브매틱(54.2%)은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0% 하락했다. 보트업체 마린맥스도 공매도 비율이 17%지만 주가가 23% 떨어졌다.
공매도율 17%인 바이오 기업 블랙다이아몬드테라퓨틱스는 주가 하락률이 51%에 달했다. 올해 상장한 애완동물 플랫폼 펫코헬스앤드웰니스, 데이팅앱 범블 등도 주가 상승 열풍에 올라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밈 열풍이 개인투자자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승세에 올라타 눈 깜짝할 사이에 주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갑자기 매물이 몰려 하락세로 바뀌면 매도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로버헬스 주가는 지난 8~9일 이틀간 142% 급등했지만 곧장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고점보다 48.15% 떨어진 금액에 거래됐다.
배리 슈워츠 배스킨웰스매지니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같은 방식의 유행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며 “공매도된 주식을 사는 것이 이익을 낸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 meme
사업 성과 등 기업실적에 상관없이 개인투자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문화 요소를 ‘밈’으로 정의했다. 문화적 유전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반복적 모방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주식 시장에서도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끌어올린 사건이 밈 주식 열풍으로 번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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