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후 첫 공식 행사로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이 대표는 천안함 폭침 희생 장병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등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일반 국군 장병의 넋을 기렸다. 취임 후 의례적으로 전직 대통령, 고위 장성 등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관행과는 다른 행보다. 당 안팎의 산적한 정치 현안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늦출 필요가 없다”고 결론 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곧바로 화답했다. 정치 현안에 속도감 있게 대처하면서도 본인 색깔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이날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했다. 이어 천안함 46용사, 제2연평해전 전사자 및 연평도 포격 도발 묘역과 마린온 순직 장병 묘역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천안함 사건 당시 희생 장병의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를 새벽부터 기다린 한 희생장병의 아버지가 “아들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게 신경 써달라”라고 하자 “꼭 그렇게 하겠다. 앞으로 자주 인사드리겠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표는 “우리 보수 정부가 집권하고 있을 때도 이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10년이 넘어가는데도 마음 아프게 해드린 것에 대해 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첫 방문지를 대전현충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국립서울현충원에 계신 유공자들과 전직 대통령을 뵙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해 바다를 지키다가 사망한 희생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공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겠다는 의도가 실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참배가 끝난 뒤엔 곧장 광주의 철거현장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며 “더 이상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1980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5년생인 이 대표가 태어나기 전 사건이다. 보수당 대표가 취임 첫날 광주를 찾은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초 16일로 예정된 일정을 이 대표가 앞당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거듭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성실한 협조를 하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묵혀 있던 정치 현안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여야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자는 송 대표의 제안을 전해 듣자 곧바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정례화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당의 주요 보직 인사도 조만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지도부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했던 홍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놨다. 그는 “홍 의원의 복당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원리원칙상 없다”며 “이제 요식행위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에 대해선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 현안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8월 중순이면 (윤 전 총장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시작되는 8월 말 이전까지 입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날 이동훈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차차 보면 아실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해선 “국민 기대가 컸다”며 “국민 한 사람으로서 관심이 크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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