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매각 본입찰에 쌍방울그룹의 광림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했다. 이에 따라 광림이 이스타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당초 하림그룹과 광림, 사모펀드 등 10여 곳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스타항공 매각 본입찰에 광림컨소시엄만 참여했다. 김정식 쌍방울그룹 이스타항공인수추진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향후 사업 다각화 등에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입찰했다”며 “인수금액 외에 우발채무 규모가 우려되지만 잘 조율해 끝까지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전에 가계약을 맺은 곳은 건설업체 성정이다. 성정은 백제컨트리클럽과 중견 건설사인 대국건설을 운영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약 600억~800억원의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예상된다. 광림이 입찰제안서에 써낸 금액은 1000억원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호스 방식에 따라 성정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만약 성정이 광림이 제시한 금액을 수용하면 성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만, 이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광림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성정은 이스타항공 원매자가 없을 때 가계약을 맺고 들어왔기 때문에 1000억원이 넘으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21일께 서울회생법원이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자가 정해지면 채무 상환 계획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다음달 20일까지 회생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의 체납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은 700억원,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18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공익채권은 인수자가 반드시 갚아야 할 채무다. 회생채권은 향후 채무비율 조정 등을 거쳐 일부 탕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전산시스템이 재가동되지 않아 실제 채무 규모는 정밀실사 전까지 알 수 없다. 하림은 이 잠재 채무에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관계자는 “항공화물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 외 다른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직 의원(무소속)이 2007년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국내 대표적 저비용항공사(LCC)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2019년 일본 불매운동,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여행업이 고꾸라지면서 실적도 급락했다. 이상직 의원은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민지혜/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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