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이 최대 10년간 담임을 맡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15일 접한 한 여학생의 반응이다. 10년간 담임을 못 맡는다는데, 왜 이렇게 얘기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담임만 맡지 못할 뿐 학교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심지어 수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가 계속 학내에서 활보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두려움인 것이다.
성범죄 등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교원이 최장 10년간 담임을 맡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 시행령은 성폭력 범죄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으로 파면·해임된 교사는 10년, 강등 처분된 교사는 9년, 정직과 감봉·견책을 받은 교사는 각각 7년과 5년간 담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과 학생을 분리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담임을 맡을 수 없게 된 교원은 46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안심할 수 없다. 해당 교사들이 다른 보직이나 수업을 맡을 수 있어 학생들과 완전한 분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성비위를 저지른 교사가 누구인지는 교장과 같은 학교 관리자만 알 수 있다.
교육당국이 2학기 초·중·고교의 전면 등교를 추진하고 있어 2학기가 되면 교실을 채우는 학생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학교가 안전한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공간을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다수의 평범한 교사들도 이 개정안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범죄 교원’들이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여겨지는 담임 업무를 맡지 않게 돼 “징계가 아니라 되레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담임 교사의 업무가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억울한 사정이 있는 교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학교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아동학대 방지와 성범죄 근절을 끝까지 챙겨 방지 시스템이 촘촘하게 가동되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정부와 국회가 다음 세대를 생각해 ‘솜방망이’보다는 나은 해법을 내놓길 바라는 게 학생과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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