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켓 소년단', 착한 신선함…생생한 연출의 힘

입력 2021-06-15 18:11   수정 2021-06-16 00:20

요즘 TV화면엔 사이코패스, 빌런(악당) 등을 소재로 한 잔인하고 자극적인 드라마가 가득하다.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아져 피로도를 호소하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드라마’가 나와 호평을 받고 있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사진)이다. 악당 한 명 나오지 않으면서도, 생동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살려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첫 방영된 이 작품은 월화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든 정보훈 작가가 집필해 방영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됐다. 연출은 ‘피고인’ 등을 제작한 조영광 PD가 맡았다.

이야기는 야구를 하던 소년 해강(탕준상 분)이 해남의 한 학교에서 배드민턴 코치를 맡게 된 아버지 현종(김상경 분)을 따라 함께 이사하면서 시작된다. 해강은 학교 ‘라켓소년단’에 합류해 배드민턴을 치게 된다.

작품은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씩씩하고 아름다운 성장을 다룬다. 까칠하던 해강은 라켓소년단 멤버들과 서서히 마음을 나누며 변화한다. 야구를 하기 전 배웠던 배드민턴에 대한 애착도 점점 드러낸다. 남학생들로 이뤄진 라켓소년단뿐 아니라 천재 배드민턴 선수 세윤(이재인 분)을 중심으로 여성 선수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룬다. 이들은 남과 여가 아닌, 다 같은 선수로서 함께 응원하며 발전한다.

성장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현종과 그의 아내 영자(오나라 분)도 배드민턴 코치로서, 부모로서 한발 더 나아간다. 도시에서 해남으로 이사 온 한 부부도 처음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주변을 경계하지만, 마을 어른들의 따뜻함에 마음의 문을 연다.

전작처럼 다양한 반전도 눈길을 끈다. ‘하얀 늑대’의 정체, 전학 가버린 라켓소년단 멤버의 비밀 등이 잇달아 나오며 긴장감을 높인다. 하지만 이 반전 또한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연출 기법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하얀 늑대와 곰 등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넣기도 한다. 배드민턴 경기 장면도 실감나게 그린다. 음성과 조명을 제거하고 오직 선수들만을 강조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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