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외면한 쇼핑몰사업자 공략…'네이버 대출' 6개월 만에 500억

입력 2021-06-15 18:00   수정 2021-06-23 16:15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내놓은 비대면 대출 상품이 6개월 만에 500억원 넘게 팔려나가며 ‘소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의 이름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몰(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개인사업자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금융업에 침범하려 한다”며 날을 바짝 세우고 있지만, 네이버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애초부터 기존 1, 2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15일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출시된 스마트스토어 대출의 누적 약정액이 이달 들어 50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 측은 “정책자금 또는 보증을 끼지 않은 자체 신용대출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했다. 이 상품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석 달 연속 50만원만 넘으면 신청할 수 있고 한도는 최대 5000만원, 금리는 연 3.2~9.9%다. 심사는 네이버가 하고, 돈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나간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를 대출 심사에 활용한다. 일반적인 금융정보 외에 스마트스토어 매출, 문의 응대 속도, 반품률 등의 비금융정보를 다양하게 아우르는 점이 특징이다. 최소 업력 기준인 3개월치 매출을 토대로 1년치 추정 소득을 계산해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아닌 다른 쇼핑몰에 입점해 올린 매출 정보도 반영한다.

지금까지 스마트스토어 대출 이용자들은 평균 2700만원을 연 5.7%로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개인사업자는 사업장도, 담보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은행에서는 대출 상담조차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2금융권으로 넘어가 카드·캐피털의 고금리 대출을 써야 했다.

김태경 네이버파이낸셜 대출서비스 리더(팀장)는 “기존 금융회사 관점에서 온라인 개인사업자는 리스크(위험) 관리가 어려워 선뜻 진입하지 못했던 시장”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은행에서 ‘컵라면 대출’ 등의 히트상품을 개발한 은행원 출신이다. 김 리더는 “스마트스토어는 투잡 개념으로 가볍게 시작해 차근차근 사업을 키워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에게 적시적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대출로 돈 버는 게 목표가 아니고, 플랫폼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대출 상품을 운영한다고 했다.

스마트스토어 대출 이용자의 24.2%는 창업 1년이 지나지 않은 ‘초보 사장’이었다. 이들은 대출받은 이후 상품 가격을 평균 5.4% 내렸고, 판매 건수는 4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리더는 “6개월 동안 연체는 한 건도 없었고, 대출 승인율은 40%대로 기존 1, 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승인율보다 높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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