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밀리다 벼랑 끝서 터진 '배그'…글로벌 슈팅게임 평정

입력 2021-06-15 17:53   수정 2021-06-16 01:23

10년 전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며 카드빚을 당겨썼던 임직원은 이제 연차와 직급 등에 따라 수억~수백억원대 자산가로 거듭나게 됐다. 올해 게임 대장주로 화려하게 국내 증시에 데뷔하는 크래프톤 얘기다.

크래프톤은 창업 3년째였던 2009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과 마주했다. 초기 투자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아직 매출이 본격화되지 않아 폐업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구나 크래프톤은 당시 엔씨소프트와 영업비밀 유출 여부를 놓고 65억원 규모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크래프톤을 데스밸리에서 건져낸 건 벤처캐피털(VC)들이었다. 크래프톤은 2009년 케이넷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71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VC는 장병규 의장과 박용현 실장(현 넷게임즈 대표)이 이끄는 크래프톤의 ‘맨파워’에 주목했다. 결국 데스밸리에서 빠져나온 크래프톤은 2011년 엔씨소프트와의 2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크래프톤은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했다. 2011년 제작비 400억원을 들여 온라인 게임 ‘테라’를 내놨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그 사이 재무상태는 악화됐다. 2014년 16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이듬해에는 손실 규모가 264억원까지 불어났다.

크래프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장 의장은 사재를 털어 중소형 게임사를 사들였다. 그중 하나가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지노게임즈다. 크래프톤은 배틀로얄(일정 공간에서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싸우는 게임) 장르 창시자 격인 브랜든 그린을 개발자로 영입해 2017년 ‘배그’를 세상에 내놨다. 히트작을 등에 업은 크래프톤은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초대형 게임사로 발돋움했다.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원게임 리스크’라는 지적에 내몰렸지만 모바일 전환으로 이를 타개하고 있다. 2018년 선보인 배그 모바일은 3년여간 10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하반기에는 모바일 게임 ‘배그 뉴 스테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 예약자가 이미 1000만 명을 넘었다. VC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두터운 배그 충성 고객층이 최대 강점”이라면서도 “크래프톤이 게임 대장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하반기 신작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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