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터넷 플랫폼 대장주 자리를 놓고 네이버(NAVER)와 카카오가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맞붙고 있다. 기존에 3위였던 네이버를 카카오가 바짝 추격하더니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잠시나마 네이버를 제치기도 했다.
영원한 라이벌 네이버와 카카오. 증권가에서는 어느 기업을 더 주목하고 있을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가파른 성장세와 자회사 상장 모멘텀, 네이버는 국내 온라인쇼핑을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자식들이 잘돼서냐 본인이 잘돼서냐의 차이인 셈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카카오(14만2500원)의 시가총액은 63조2600억원, 네이버(38만7000원)는 63조5699억원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약 3100억원으로, 카카오 주가가 두 호가(1000원·전일 종가 대비 0.70%)만 올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실제 전일 오전 9시10분께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62조8000억원대에서 움직이며 순간적으로 카카오가 네이버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두 회사는 오름폭을 키워가며 직전 거래일 대비 카카오는 7000원(5.17%)이, 네이버는 1만4500원(3.89%)이 각각 상승해 마감됐다.
특히 카카오는 최근 6거래일새 시가총액을 7조3248억원을 불리며 네이버를 맹추격했다. 전일 종가는 지난 4일의 12만4000원(시가총액 55조473억원)에 비해 14.92%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네이버도 8.40% 상승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3조5948억원이었지만, 일주일만에 격차가 90% 이상 좁혀졌다. 카카오는 지난 8일부터 매일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내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도 점쳐진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지역 콘텐츠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사업가치를 최대 20조원으로 제시하며 “웹툰 고성장에 따른 GMV 증가, 타파스·래디쉬 인수에 따른 해외 비중 확대,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압도적인 성장세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작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몸값이 치솟는 와중에도 카카오의 수익성은 꺾이지 않았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7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8.57% 늘었다. 작년 연간으로도 전년 대비 120.5% 증가한 4559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톡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매출 증가가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며 “커머스·광고·콘텐츠 등 모든 부문에 걸친 펀더멘털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페이·모빌리티 등 신규 비즈니스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가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3년 전 분사시킨 카카오커머스를 합병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커머스 분야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카카오커머스는 패션테크 기업 ‘지그재그’를 인수한다고 지난 4월 발표하기도 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올해 3월 기업공개 이후 기업가치가 여전히 80조원 수준”이라면서 “네이버쇼핑이 국내 최대 거래 플랫폼이며 물류·배송 경쟁력을 협업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인율이 과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부문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달러에 인수했고, 국내 유력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의 지분교환을 통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제작에까지 나선다.
카카오와 비교해 차별화되는 점은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분야의 경쟁력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8년 출시된 제페토는 현재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메타버스의 선도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가입자의 90%가 해외 이용자로 구성돼 있어 향후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정책에서 가장 빠르게 부각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의 절대 규모는 아직까지 카카오를 압도하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고, 작년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도 5.22%에 불과했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톡옵션과 다음달부터 지급되는 스톡그랜트가 비용으로 반영돼 주식보상비용이 709억원을 기록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이나 우수 직원 이탈 방지와 동기 부여 측면에서는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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