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으로 인한 혈관 질환이 팔과 다리에 생기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심장이나 뇌에 생기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혈관 길이가 짧은 심장과 뇌는 혈관이 막히면 이상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팔과 다리의 혈관은 복부에서부터 손·발가락의 말초혈관에 이르기까지 매우 길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다리가 붓고 저린 느낌이 들거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으면 이미 심각한 단계일 수 있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복부 대동맥에서부터 허벅지와 무릎 밑 발목, 발등, 발가락에 퍼져 있는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동맥경화로 이어져 상당히 오랜 기간 협착, 폐색 등을 일으킨다”며 “특히 동맥이 부풀어오르는 ‘동맥류’, 동맥이 막히는 ‘동맥 폐색’ 등은 대동맥 파열, 다리 괴사 이전까지 큰 증상이 없어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혈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초음파 검사를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혈관 초음파는 혈관 구조를 영상학적으로 파악해 막힌 부분을 확인한다. 여기에 추가로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혈관 기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혈관기능검사도 중요하다. 환자의 혈관 상태와 기능 정도를 계량해 약물치료, 스텐트 시술, 풍선확장술 등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환자의 혈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수록 불필요한 수술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혈관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후유증을 남기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만성질환을 동반한 50~60대 이상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는 이를 위해 미세혈류측정기, 혈관기능검사기 등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영상검사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세포 조직의 미세 혈류 상태를 파악해 최적의 치료 방침을 세우기 위해서다. 특히 혈관기능검사는 실시간으로 운영하며, 혈관 검사 당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는 24시간 응급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증상이 없어 모르고 있다가 급박하게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을 위해서다. 안 교수는 “혈관 질환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 수술이 어렵고 약물치료도 할 수 없다”며 “병원 방문을 겁내지 말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해 질환 진행을 늦추고 절단 등 최악의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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