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동맹…거래액 50조 초대형 e커머스 탄생 초읽기

입력 2021-06-16 17:25   수정 2021-06-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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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네이버 연합군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최종 승자로 유력시되면서 국내 유통산업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11번가를 계열사로 둔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롯데쇼핑을 비롯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수조원 규모의 물류 및 정보기술(IT) 투자로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하려던 쿠팡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마트가 구글과 손잡고 쇼핑 평정하는 셈”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지난 7일 본입찰 때부터 신세계로 어느 정도 추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컨설팅회사에서 영입한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의 의지가 롯데쇼핑 측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쓱닷컴의 2대 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투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때 인수용 실탄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다”며 “정 부회장이 네이버를 공동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스타필드시티 등 알짜 자산을 담보로 내놓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에도 당분간은 쓱닷컴, G마켓, 옥션 등 각각의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쓱닷컴 회원이 G마켓, 네이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플랫폼 통합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둔다는 전략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쓱닷컴은 독자 노선을 걷다가 이베이코리아 및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무기로 내년 조기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장을 통해 추가 자금이 들어오면 쿠팡과의 본격적인 쩐(錢)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이 불붙인 e커머스 전쟁
신세계로선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룹의 명운을 건 ‘베팅’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06년 월마트코리아 인수 후 15년 만의 대형 인수합병(M&A)이기 때문이다. 조 단위 거래는 처음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인수 가격은 4조원이든, 5조원이든 중요하지 않다”며 “인수 후 50조원의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승자의 저주’ 논란에도 신세계가 롯데쇼핑에 비해 1조원가량 높은 가격을 써낸 것도 국내 유통산업의 승기를 잡을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주식 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월마트가 구글과 협업해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향후 합종연횡 판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IR에서 “신세계가 CJ, 네이버 등 각 분야 1등과 연합하면서 롯데쇼핑과 홈플러스도 답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후 국내 e커머스 판도 변화 대응에 SK텔레콤이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그룹은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에 약 1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초 빈그룹 산하 e커머스 업체인 빈커머스에도 추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통신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SK그룹은 11번가라는 유통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아마존과의 제휴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은 이날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며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홈플러스는 자산만 6조원을 웃도는 국내 대형마트 2위사다. 매장 수(139개)는 1위인 이마트(160개)보다 적지만 영업 총면적은 비슷하다. 도심형 물류시설로 활용하기엔 최적화된 조건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뉴욕 상장 전까지만 해도 홈플러스와의 제휴 혹은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이어 또 다른 합종연횡이 진행된다면 내년께로 예상되는 홈플러스 인수전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동휘/차준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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