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델타 변이’로 불리는 인도발(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관심’에서 ‘우려’ 단계로 격상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고 백신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독일 등도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영국과 인도 입국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영국·인도 입국자 가운데 백신 접종자에 한해 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너무 일찍 문을 열었다간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DC는 델타 변이가 전염성이 강하고, 백신 접종 후 생긴 중화항체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변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미국 ‘스크립스 리서치 트랜스레이셔널 인스티튜트’의 설립자 에릭 토폴 박사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알파(영국) 변이보다 전염성이 60%가량 높다. 토폴 박사는 “델타 변이는 ‘슈퍼 전염’ 변종(super spreader strain)”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이달부터 봉쇄조치를 전면 해제하려던 영국은 델타 변이에 발목을 잡혔다. 영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쳐 오는 21일 ‘자유의 날’을 선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0여 명까지 치솟자 경제 정상화 조치를 한 달 뒤로 미뤘다. 영국 내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은 델타 변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의 진원지인 인도도 여전히 하루 확진자 수가 6만~7만 명 수준이다.
문제는 방역당국이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지역에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국내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단 남아공, 브라질, 짐바브웨 등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13개 국가는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델타 변이 ‘유행국’으로 꼽히는 인도와 영국은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격리를 면제받는다.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를 강화하고 있는 외국과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영국에 대해 자국민과 영주권자, 이들의 직계 가족, 긴급한 인도주의적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아일랜드도 영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 격리기간을 5일에서 10일로 두 배로 늘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국과 인도를 (격리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인도 변이에 대한 연구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상황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감안해 영국과 인도를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1차 접종자의 델타 변이 예방률은 평균 33% 수준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치면 예방률이 60~80%로 높아진다. 아직 1차 접종자가 대부분인 한국은 델타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국내에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전 국민의 6%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며 “방역에선 항상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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