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1984년 국내 첫 비영리 민간연구소로 태어나 유행성출혈열 백신(세계 1호), 수두 백신(세계 2호)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는 등 한국 제약사의 빛나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 1월 GC녹십자랩셀이 2조900억원을 받고 미국 MSD에 기술 수출한 NK(자연살해)세포치료기술도 목암이 빚은 뒤 넘긴 기술이다.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전복환 에이치엘비제약 대표, 이현숙 서울대 연구처장 등을 배출하는 등 ‘제약·바이오 사관학교’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목암연구소가 앞으로 집중할 연구개발(R&D) 분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선택했다. 50명이 넘는 연구인력의 절반가량을 이 분야에 배치해 3년 안에 mRNA를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기로 했다.
목암이 mRNA 분야에서 거두려는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mRNA를 체내에서 보호하는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mRNA는 온도와 화학물질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해 몸 안에 들어가면 항체가 형성되기 전에 대부분 사라진다. 정 소장은 “보호막(LNP)이 없으면 mRNA는 무용지물”이라며 “플랫폼 기술인 LNP를 갖추게 되면 mRNA를 활용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백신 개발이다. mRNA를 활용하면 독감백신 등 각종 백신의 개발 및 생산속도를 지금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마지막 목표는 mRNA를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개발이다. mRNA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치료제의 효능을 끌어올리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정 소장은 “2~3년 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5년 내에 전임상 단계까지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머지않아 mRNA가 목암의 간판 연구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mRNA와 함께 항체유도물질인 ARM(Antibody Recruiting Molecule)을 향후 핵심 연구대상으로 꼽았다.
여기에 드는 돈은 녹십자홀딩스(지분율 8.73%) 배당금과 기술수출로 벌어들이는 로열티, 기업과의 공동연구에 따른 수수료 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 민간연구단체이다 보니 언제나 ‘벌이’보다 ‘씀씀이’가 더 크다.
정 소장은 “허일섭 이사장(GC녹십자 회장)은 수시로 ‘연구비 아끼지 말라. 필요하다면 녹십자홀딩스 보유주식을 다 팔아도 좋다’고 말한다”며 “실제 작년 11월에는 녹십자홀딩스 지분 1.06%(190억원어치)를 팔아 연구비 등에 보태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GC녹십자 의존도를 점차 낮춰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에 편중됐던 공동 R&D 파트너를 바이오벤처와 대학 등으로 확대해 연구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로열티 및 공동연구 수입에서 녹십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하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글=오상헌/이선아 기자/사진= 김영우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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