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좋은데, 내 계좌 수익률은 왜 이렇죠?”
최근 주식 투자 관련 카페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글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연초와 달리 들뜬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순환매가 빠르게 돌고 있는 데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등 대형주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으로 지수를 밀어올린 지난 1월과 달리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열기는 식었다. 2월부터 증시를 강하게 끌고 가는 주도주가 사라졌다. 대신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민감주로 시작해 가치주, 여행주, 운송주, 소비재주, 미디어주, 원전주 등이 차례로 고점을 찍고 조정받았다. 속도도 점점 빨라지는 중이다. 최근 원전산업에 대한 기대로 100% 넘게 올랐지만 상승세가 1주일을 버티지 못했던 두산중공업이 대표적 사례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정 업종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하락 구간에는 특정 업종에만 돈이 쏠리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경기까지 좋으면서 빠른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반도체 부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에 자동차주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카카오 등 플랫폼주도 올랐다. 반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대형주는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월 고점 대비 각각 15.5%, 14% 빠진 상태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 투자한 개인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가치가 대폭 개선되는 모멘텀이 없다면 대형주는 크게 움직이지 않지만 중소형주는 오히려 작은 뉴스에도 탄력이 크다”며 “작년이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성장주가 다시 오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는 완화되고, 경기도 크게 과열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성장주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공급 병목현상’이 해소되면서 성장주를 눌러 왔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 대 성장주’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을 사라는 조언도 있다. 오현석 센터장은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지는 동시에 전기차에 대한 기대까지 가질 수 있는 자동차 업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심성미/이슬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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