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으로 매각 돌파구 찾나…씨티은행 노사간 힘겨루기 본격화

입력 2021-06-16 17:27   수정 2021-06-17 01:50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7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인 씨티은행의 고비용 임금구조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 특별금 조건을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2014년 희망퇴직 당시 책정한 ‘최대 5년치 급여’가 기준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현재까지 고용 승계가 없는 자산 매각 방식은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유 행장이 희망퇴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매각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꼽았다. 고령화한 인력구조와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순조로운 매각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씨티은행은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이 만 46.5세에 달해 다른 시중은행보다 현저히 높다. 그만큼 연봉이 높은 데다 대부분 은행이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잠재 매수자들도 매각 방식보다 고용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씨티은행도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희망퇴직에 찬성하고 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희망퇴직 이후 한 번도 인원을 정리한 적이 없어 내부적으로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희망퇴직 조건이다. 일부 직원은 희망퇴직을 진행한다면 특별퇴직금으로 ‘60개월치 급여+알파’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2014년 마지막 희망퇴직 당시 근속연수에 따라 36~60개월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소한 당시 조건보다는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노사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부분 매각과 단계적 폐지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출구 전략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속도전’ 방침에 따라 다음달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공개하기로 했다. 반면 총파업까지 예고한 노조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고용 안정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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