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방문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를 직접 찾아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혁신 기술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 보스턴에 있는 모셔널 본사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모셔널 경영진과 기술 개발 방향 및 시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미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장을 둘러보면서 현지 개발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직접 테스트하면서 다양한 의견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셔널 피츠버그 거점을 찾아 자율주행 차량 설계 및 개조 시설을 점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이 설계 및 제조를, 모셔널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
모셔널(앱티브 자율주행부문 기간 포함)은 2015년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차의 미국 대륙 횡단, 2016년 세계 최초 로보택시 시범사업(싱가포르) 등을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23년 리프트와 함께 무인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모셔널은 아이오닉 5에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해 미국 시험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도 찾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8억8000만달러(약 9800억원)를 들여 이 회사 지분 80%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은 현지 경영진과 로봇 사업 트렌드와 미래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양산형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아틀라스’, 최대 23㎏의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스트레치’ 등 이 회사의 첨단 로봇 기술을 살펴봤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내년에 스트레치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학내 벤처로 시작했다. 로봇의 자율보행과 인지, 제어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운송용 로봇 ‘빅 도그’를 시작으로 다양한 동작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로봇을 잇따라 내놓았다. 네 발로 초당 1.58m를 뛰고 계단을 오르는 스폿, 공중회전 등 사람도 하기 힘든 동작을 실현한 아틀라스 등은 로봇업계에 화제가 됐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용 로봇 ‘Au스폿’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로봇은 지하로 걸어 내려갈 수 있고, 넘어져도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화성의 거친 지형을 탐사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 학습 기능으로 장애물과 탐사 가치가 있는 지형을 스스로 식별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라며 “정 회장이 직접 해당 분야 현장을 찾아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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