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가 있는 호텔…아트 호캉스 하러 간다

입력 2021-06-17 17:30   수정 2021-06-18 02:06


권오상, 김희조, 홍성철, 임선희…. 서울 청담동 에이든호텔 3층 레스토랑 ‘에이라운지’에 들어서면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예술계 주목을 받는 젊은 예술인이다.

레스토랑에 작품을 전시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는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사진)이다. 박 회장은 2018년 세워진 에이든호텔의 소유주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호텔 방문객이 줄어들자 식사하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구입할 수도 있는 신개념 레스토랑을 생각했다.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강남호텔
에이든호텔은 본래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베스트웨스턴그룹에서 위탁 관리하는 3성급 호텔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새로운 운영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호텔 내부적으로 모아졌다. 박 회장은 위탁 경영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새 콘셉트는 예술 작품과 함께하는 부티크 호텔이다. 매력적인 예술품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확신한 박 회장은 총괄 운영에 두산갤러리 뉴욕 디렉터 출신인 김종호 에이라운지 대표를 앉혔다.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작품들은 독창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들로 엄선했다. 자연히 톡톡 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우선순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젊은 작가와의 ‘윈윈’ 개념으로 에이라운지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했다.

입구에는 권오상 작가의 ‘뉴 스트럭처 4 프리즘&맥캘란’을 설치했다. 잉크젯 프린트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크게 확대한 이미지들을 입체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색감이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들어오는 길목에서부터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개방된 주방에는 이준 작가의 ‘바이어스’가 붙어 있다. 다양한 표정의 사람 얼굴을 형상화해 관망하는 느낌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레스토랑 벽면의 ‘더플랫 15’(권오상 작가), ‘라인드 블루 링 엔젤피쉬 2’(임선희 작가) 등도 눈에 띈다.

안쪽에는 작은 룸이 있다. 소규모 아트 커뮤니티 활동에 특화된 공간이다. 여기에는 김희조 작가의 ‘R OS 1’, ‘BYR OS 1’ 등을 설치했다. 유기적 도식 체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레스토랑에는 전담 큐레이터가 상주한다. 고객이 작품에 관심을 보이면 큐레이터가 와서 관련한 설명을 해준다. 김 대표는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작품도 많지만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에이든호텔의 기타 공간에 대해서도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1층 로비와 지하의 컨벤션룸이다. 로비는 다양한 작품을 설치해 갤러리로 활용하고, 컨벤션룸은 전문 전시관으로 꾸밀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완성된다.
“젊은 예술가 위한 회사 차려”
박 회장이 젊은 예술가를 위한 지원 방안을 고민한 건 오래전부터다. 그는 이생그룹 산하 가구업체 넵스를 운영하며 디자인산업에 눈을 떴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건축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베니스 비엔날레 등의 세계적인 건축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스스로 해외에 홍보할 만한 수단이 없어 곤란을 겪는 젊은 예술인들의 사정을 접하게 됐다. 이들을 돕는 동시에 사업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에이라운지다.

박 회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보다 넓은 영역에서 젊은 예술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예술품 전문 스타트업인 ‘에이프로젝트컴퍼니’를 세우며 관련 플랫폼 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해외에 알려지길 희망하는 작가의 작품 정보를 영문으로 게재하고, 전 세계 사람이 접속해 알아갈 수 있도록 한 웹사이트다.

에이든호텔은 향후 이 웹사이트와 결합해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국내 예술품을 알리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에이든호텔에서 각종 아트 이벤트·파티를 개최하며 ‘젊은 예술인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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