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업계에서조차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일부 사모펀드가 고수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 위기 속에서도 지난 1년 새 전문사모운용사가 225개에서 255개로 30개나 늘었다. ‘공모주 대박’을 노린 사모펀드들이 연이어 시장에 뛰어든 영향이다. 한 전문사모운용사 관계자는 “부자들이 신생 사모운용사를 찾아다니며 공모주 펀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건 알 만한 사람은 안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 편법도 동원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설정된 한 코스닥벤처펀드는 1년도 채 안 돼 260%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업계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익률이라고 보고 있다. 10억원 규모의 펀드가 36억원까지 불어난 셈이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공모주 펀드가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공모펀드들이 운용한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2% 수준이지만 사모펀드들이 운용하는 공모주 펀드는 평균 7%가량의 수익을 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반 공모주펀드는 순자산 규모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지만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이와 무관하게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가 공모펀드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사모펀드들도 공모주 덕분에 연명하고 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해 자산운용사 실적 현황에 따르면 적자를 기록한 전문사모운용사 비율은 24.3%로 2019년에 비해 16.7%포인트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펀드 수탁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고전하고 있는 사모펀드가 적지 않다”며 “공모주 펀드로 수익을 내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수요 예측에 참가해 받은 공모주를 사전 합의를 통해 특정인에게 매도해 차익을 취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명의로 수요예측에 참여했지만 이를 불법으로 넘겨주고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악용되고 있다. 이면계약이나 특정인에게 공모주를 몰아주는 행위가 횡행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안내문을 발송해 우선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들에게 ‘공모주 펀드 운용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서에는 △투자자 운용 요청을 받아 펀드를 운용하지 말 것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않은 운용사가 펀드 명의로 공모주 물량을 받고 특정인에게 넘기지 말 것 △여러 공모주 펀드 중 한 펀드로만 공모주 물량을 받아 다른 펀드 수익률을 해치지 말 것 등이 적시됐다. 최근 사모펀드를 통해 편법으로 공모주 물량을 가져가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수준으로는 불법 청약을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가 국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만큼 보여주기식 감시가 아니라 증권사의 깜깜이 배정부터 일부 사모펀드 반칙 운용까지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고재연/이슬기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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