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자동차 팬들의 사랑을 받은 명차들의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자국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전기차로 바뀌고 있어서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한 '베스트셀러' 자동차는 7종에 이른다.
혼다는 올해 미니밴 모델인 오디세이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1994년 출시된 오디세이는 이듬해 12만대가 팔리는 등 지금까지 120만대가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3열 시트를 갖춘 넓은 공간을 확보해 가족용으로 사랑받았다.
최근들어 도요타의 미니밴 알파드의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1만대였다. 혼다는 오디세이를 생산하던 사이타마현 사야마시 공장의 가동을 내년 중 중지하고 생산기능을 인근 요리이 공장에 집약할 방침이다.
혼다는 오디세이와 함께 1985년 첫 출시한 고급 세단 레전드와 연료전지차(FCV) 클래리티의 생산도 중단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올 여름 레저용차량(RV)인 파제로를 퇴역시키기로 했다. 1982년 출시된 파제로는 1985년 파리다카르랠리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험로에 강한 오프로드 차량의 대표모델로 사랑받았지만 연비를 중시하는 추세에 밀려 판매량이 떨어졌다.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내부 평가가 이어졌다.
세단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웃도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적재공간이 적은 세단이 외면 받아서다.
도요타는 지난 3월 자매 모델인 프레미오와 아리온의 생산을 중단했다. 각각 1957년과 1970년 출시된 두 모델은 반세기 넘게 가족용 세단으로 사랑받았다.
닛산은 지난해 1959년 선보인 블루버드 실피의 생산을 61년만에 중단했다. 스바루도 1989년 출시한 대표 세단 레거시B4를 21년만에 퇴장시켰다.
지난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을 대표하는 세단인 스카이라인의 개발을 중지한다고 보도했다. 1957년 탄생한 스카이라인은 닛산의 시판 차종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출시 당시로서는 최고급 사양인 60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시속 125㎞로 달릴 수 있어 젊은 세대가 선망하는 차종으로 오랫 동안 인기를 누렸다. 1972년에는 세계적으로 66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스포츠카형 세단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판매대수는 3900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닛산 관계자는 "스카이라인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명차의 생산중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전기차와 자동운전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일본의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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