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超)단시간 근로자'가 지난 달 156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4, 5월 두달 간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데, 이번엔 고용의 질(質)이 최악인 초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했다는 다소 상반된 느낌의 뉴스가 동시에 전해진 것이다.
왜 그런가 가만히 살펴보면 지난 달 취업자 수 증가폭(61만9000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30만2000명이 초단시간 근로자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를 보고 나면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년 33조원대(2017년 16조원대)까지 불어난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그저 청년실업자들과 노인층을 겨냥한 '용돈 쥐여주기' 사업이란 비판이 많았는데, 결국 이 사업이 초단시간 근로자를 양산해낸 셈이다.
코로나 위기 앞에서 멀쩡한 일자리를 잃고 구직 자체가 힘든 사람들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이들에게 초단시간 근로라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닌 임의가입 대상이어서 사회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이들 근로자다. 주휴수당(1주일 근로시간을 채우면 받는 유급휴일 수당)이나 유급휴가, 퇴직금도 기대할 수 없는 양질의 고용과는 거리가 먼 일자리들이다.
게다가 근로 내용도 일부러 돈을 퍼주려고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 딱 좋다. 빈 강의실 불 끄기, 라텍스침대 방사선 검출 측정, 제로페이 홍보, 전통시장 환경미화, 환경오염행위 순찰, 산림병해충 예방, 농가 일손 돕기, 해안 쓰레기 수거…. 해당 사업에 지원하고, 발품 팔아 줄서고, 적당히 시간 때우면 되는 일들이다. 이렇게 일한 사람들이 과연 사회와 공익에 기여했다고 느끼고, 노동의 보람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에 동원되는 수단 이상이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초단시간 근로자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많은 '단시간 근로자'(주당 15~39시간 근무)를 이미 2013년부터 정부가 늘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고용률 70% 달성'(지난 5월 기준 60.2%)을 국가 핵심 정책의 하나로 설정하고, '전일제 근로자' 외에 이같은 고용형태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출발은 점점 늘어나는 초단시간 근로자 문제에 대처하려는 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8만6000명이었던 초단시간 근로자 수는 2012년 46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초단시간 근로자로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크게 부각됐다. 그나마 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고,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미니잡(Mini Job)' 제도를 벤치마킹해 초단시간 근로제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면서 단시간 근로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기준으로 한 다양한 근로형태가 생겨나는 점은 바람직할지 몰라도, 단시간 근로 확대가 초단시간 근로를 줄이기는커녕 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에 단시간 근로자(통계청의 15~35시간 근무 기준) 수는 299만명, 초단시간 근로자는 92만명 수준이었다. 이 수치가 결국 지난 달에 442만명과 156만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또 하나, 초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자신의 근로시간에 대해 '계속 그대로 일하고 싶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90.3%에 달한다는 2019년 설문 결과도 주목된다. 당시 설문에서 '근로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응답자는 5.8%에 불과했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근로시간 확대와 전직을 희망하는 비중이 낮았다. 고령층은 그렇다쳐도 한국 경제사회의 기둥이 될 15~29세 청년층이 '초단시간 알바'에 만족한다는 얘기여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와 고용시장, 관련 정책이 청년층을 초단시간 알바로 내몰고, 그런 직업을 2~3개씩 뛰면서 내일의 꿈은 접어버리는 일본식 청년고용 문제가 국내에서도 이미 심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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