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업 아모센스가 올해 공모 기업 중 가장 낮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를 두차례나 낮췄지만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공모 절차가 계속 연기된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아모센스는 15~16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 결과 2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스팩을 제외하고 두자릿수의 경쟁률을 보인 기업은 바이오다인(48 대 1), 에이치피오(95 대 1)에 이어 세 번째다.
일반 청약 물량 69만4965주 모집에 1845만8680주의 신청이 접수됐다. 청약 증거금은 1144억원이 유입되는데 그쳤다. 최근 공모주와 실권주 청약에 수조원이 몰리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 회사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국내외 기관 341곳이 참여해 11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2.57%에 불과했다. 그 결과 공모가를 희망가격 하단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업계는 회사가 제시한 가격이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아모센스는 증권신고서를 4번 정정하고 공모가격을 세 차례 낮췄다. 최초 희망가격은 1만3500~1만6500원이었으나 1만3300~1만63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최종적으로 1만2400~1만52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일정도 지난 3월에서 6월로 여러 번 연기됐다. 이 때문에 공모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요인이다. 아모센스는 올해 1분기 매출 92억원, 영업손실 16억원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2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적자전환한 상태다. 순손실 규모는 2019년 12억원에서 2020년 167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으로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흥행 실패의 이유로 꼽힌다. 아모센스는 차세대 전장과 IoT(사물인터넷) 모듈에 특화된 기업이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자동차의 전장과 각종 IoT(사물인터넷), 5G에 활용되는 핵심 모듈인 RF 및 레이다 모듈 등 독자적인 센서와 회로설계 기술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역이 어려워 투자자들에게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인기 공모주에만 자금이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기업들 중 공모가를 밑도는 시초가를 형성한 기업들이 속출하면서다. 5월 이후 현재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8곳 중 4곳(에이치피오·씨앤씨인터내셔널·샘씨엔에스·진시스템)의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했다. 오는 2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아모센스의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면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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