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 수도 없는 '구찌 가방'이 465만원에 팔렸다

입력 2021-06-17 15:02   수정 2021-06-17 15:33


디지털 의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가 MZ세대(1980~2000년 생)들의 터전으로 자리잡으면서다.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패션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명품기업 구찌는 지난달 말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디오니서스 디지털 전용 가방을 4115달러(약 465만 원)에 판매했다. 현실세계에서 착용하는 것은 물론 만질 수도 없다. 가상세계에만 있는 가방이다. 로블록스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계산하면 35만 로벅스로, 실물 가방보다 비싼 가격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공간을 뜻한다. 명품기업들은 메타버스 제품을 출시를 늘리고 있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는 2019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사용자를 위한 컬렉션을 출시했다. 발렌시아가는 올 가을 컬렉션을 비디오게임을 통해 선보였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그룹은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의류 시장이 2019년 1090억 달러(123조1155억원)에서 올해 1290억 달러(145조705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BNP 파리바의 존 에간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세계는 현 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 기회 중 하나"라며 "스포츠, 관광,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캐릭터 상품을 사는 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이 활용되면서 가상상품도 실제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NFT를 이용하면 디지털 자산에 일련번호가 부여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복제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

구찌는 지난달 말 4분5초짜리 NFT 비디오를 크리스티 경매에 올렸다. 이 작품은 지난 4일 2만5000달러에 낙찰됐다. 중국의 RTFKT는 올해 2월 NFT 운동화 600켤레를 310만 달러에 판매했다. 완판까지 걸린 시간은 7분이었다. 실제 신을 수 없는 디지털 제품이었다.

에간 CEO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상품을 실제 상품과 같은 가치로 여기고 있다"며 "NFT 기술이 디지털 의류의 진위와 출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루이비통, 나이크 등이 블록체인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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