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KF94 마스크가 인기를 끄는 일본 온라인쇼핑몰에서 '짝퉁' 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다못한 주일 한국대사관이 라쿠텐과 아마존, 큐텐 등 일본의 대형 인터넷쇼핑몰을 상대로 대응에 나섰다.
17일 일본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일본 시장에서는 KF94 마스크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초기 방역에 실패한 일본에서 한국은 방역 모범국으로, KF94 마스크는 'K-방역'의 대표상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공산품으로 취급하는 일본에는 성능을 인증하는 제도가 없는 점도 KF94가 잘 나가는 이유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마스크를 의료용품으로 취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을 인증한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의약외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KF94’로 표기할 수 있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이고 94는 평균 0.4㎛의 황사나 미세먼지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소비자들은 이를 코로나 바이러스도 차단하는 마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코나 입이 마스크의 표면과 직접 닿는 것을 최소화한 한국산 특유의 3단 디자인은 '입체형'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취급된다.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라쿠텐은 형태와 생산국에 따라 마스크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모조품이 KF94 마스크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KF94 인증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KF94', '한국제'라는 광고문구를 내건 중국산 마스크가 범람한다는 것이다. KF94 마스크라면서 중국인증서를 올려놓는 판매자도 있다.
일본에서 30년 이상 무역업을 해온 이순배 거산재팬 사장은 "싼 가격 덕분에 사이트 상단에 배치되는 제품의 상당수가 중국산 모조품"이라고 말했다. 해당 쇼핑몰의 상품평에도 "KF94 마스크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구매했더니 중국산 불량품이 배송됐다"는 항의글이 끊이지 않는다.
짝퉁을 방치하면 정품을 만드는 기업 뿐 아니라 KF94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건강 문제와 인터넷 쇼핑몰의 평판에도 직결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주일 한국대사관과 코트라(KOTRA)는 최근 관계 기관 협의회를 열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품질을 오인할 수 있는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경품표시법과 쇼핑몰 약관을 모두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한국대사관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일부 모조품의 판매를 차단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언제든 또다른 짝퉁업체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준호 주일 한국대사관 특허관은 "유사상품이 KF94 마스크로 둔갑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몰에도 방역 관련 상품은 품목허가증을 요청하는 등 모조품을 사전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크 모브레이 라쿠텐 글로벌 홍보담당자는 "한국대사관과 협의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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