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했다고 폭력성 단정할 수 없어"…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입력 2021-06-18 09:02   수정 2021-06-18 09:11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신도가 온라인게임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폭력성 짙은 게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8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2016년 5월 춘천지역 보충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가족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점과 어릴 때부터 A씨가 만 11세이던 2008년 침례를 받아 신도가 된 점, 군과 연관이 없는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이행할 의사를 밝힌 점 등을 들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의 병역거부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고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 근거에 더해 A씨가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 이전에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됐으나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정당한 병역거부임을 밝힌 점 등을 들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 측은 A씨가 2020년 피파온라인4,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게임을 한 사실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재판부는 “폭력성과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들 게임으로 피고인이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추단하거나, 전쟁과 살상을 반대하는 양심의 진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에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여호와의 증인 B(24)씨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역시 2017년 10월 현역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양심은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것으로 보이며, 검사가 이에 반대되는 다른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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