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사람이나 집단의 몇가지 행동을 보면 대략 그 사람이나 집단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숨기고 감추려고 해도 사람의 습성이나 생각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부가 SNS에 올렸던 지난 13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은 이런 속담을 재확인시켜줬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첫 사진은 사진 맨 앞 좌측에 서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사진을 잘라버린 채로 정부 홍보페이지에 올려졌다. 무례하게도 참가국 대통령 사진을 멋대로 잘라버린, 외교상 있을 수 없는 결례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사진에서 좀 더 가운데에 보이게 하려는 의도적 편집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정부는 '실수'라고 해명하고 사진을 교체했다. 하지만 실수라고 해도 외교상 이런 결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가관인 것은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낸 사진에 정부가 붙여 놓은 설명이었다.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하에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G7 참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이런 멘트를 단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 역설적으로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 수준이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해석된 것은 과연 필자 뿐이었을까.
이 정부는 외교이건 내치이건 실질적 결과보다는 포장과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탁현민이라는 사람을 중용해 각종 행사에 공을 들일 때, 각종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가며 일자리나 소득분배 관련 통계를 바꿀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사진에 "백마디 말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고 썼다. 어찌 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백마디로 이 정부의 행태를 정의하기보다는 남의 나라 국가 원수를 멋대로 잘라버린 사진만 보면 지금 이 나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수 있다.
사진에서 문 대통령이 맨 앞줄에 선 것도 대한민국의 위상과는 무관하게 대통령을 총리보다 앞 줄에 위치하도록 하는 영국의 국가원수 예우 기준에 따른 것 뿐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존슨 영국 총리 옆에서 사진을 찍게된 것도 다자회의에서는 재임 기간이 긴 정상을 상석에 배치하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존슨 영국 총리 바로 옆에 선 것도 두 사람의 재임기간이 4년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 것.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진 오른쪽 맨 끝에 서 있는 것도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국이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의전 서열도 그렇게 예우를 받는 것"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했다. 만약 국가 위상대로 사진에서 정상들 위치를 배치했다면 한국의 위상이 미국보다도 높다는 얘기가 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보다 바깥 쪽인 오른쪽 끝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이나 외교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실수와 꼼수가 자꾸 쌓이면 국격을 오히려 깎아 먹을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했으면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