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OTT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OTT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역대 최고 이용자수를 기록한 후 5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 가운데 토종 OTT 서비스들의 '선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티빙은 최근 월 이용자(MAU) 33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독립한 티빙은 누적 유료 가입자 수는 63% 증가, 110만 명 이상 상승했다. 종전 최고 수치는 올해 3월 기록한 327만 명이다. 전체 유료 가입자 중 57.1% 이상의 이용자가 하루 최소 한 개 이상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등 몰입도, 충성도가 높다.
티빙은 CJ ENM이 83.33%의 지분을, JTBC가 16.67%를 보유하고 있다. 성과의 배경에는 수준 높은 콘텐츠 기획과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에게 티빙을 무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 것도 이용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 멤버들이 출연하는 '신서유기 스프링캠프',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여고추리반', '백종원의 사계', 영화 '서복',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등 신규 콘텐츠를 내놓으며 이용자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CJ ENM은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5조 원을 투자하고 티빙을 국내 1위 OTT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김고은 주연의 '유미의 세포들', 송지효 주연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김민석 주연의 영화 '샤크:더 비기닝', 진기주 주연 '미드나이트'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티빙과 함께 국내 OTT 대표격인 웨이브 역시 올해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닐슨코리아클릭 기준 지난달 373만 명을 기록하며, 2020년 9월 기록한 최고 수치인 388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PC,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트래픽 자체 분석 통계에서도 월간 이용자수 950만 명(지난달)을 돌파했다. 콘텐츠 수요가 많은 연말연시(12월과 1월) 연속 1000만명 이상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최고 수치로 기록됐다.
웨이브는 SBS TV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 등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유료 가입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새로 시장에 진입한 쿠팡플레이는 일평균 약 7만명대 사용자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OTT 앱 사용자의 넷플릭스 중복 사용 비율은 평균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 895만명을 달성한 후 5개월째 하락(5월 791만명)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킹덤 : 아신전' 등 굵직한 작품들이 예고돼 상승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올 한 해만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넷플릭스는 최근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한국인 핵심 임원 2명을 전진 배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특별한 콘텐츠를 내놓느냐에 따라 소비자는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OTT는 볼 게 없으면 누구든 손쉽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지금은 넷플릭스가 주춤하고 있지만 '킹덤:아신전' 등이 나오면 또 유입자가 생길 것"이라고 점쳤다.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면서 킬러 콘텐츠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에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 HBO 등이 진입하며 국내 플랫폼이 설 자리를 지키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는 "OTT 활성화 시대에 IP 권리에 대한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작사-플랫폼 등 생태계 구성원이 상호 간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하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한계는 분명하지만 글로벌을 향하면 자율경쟁 속에서 대작도 나오겠지만 저예산 고품질의 작품도 나올 수 있다"며 "글로벌OTT에 세금을 부과하든지 해서 정책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보호하자는 이야기는 지엽적이다. 오히려 제약을 무너뜨려 아이디어로 경쟁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제재하는 정책보다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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