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누명을 쓰고 10개월간 구속됐던 60대 남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명백한 고의나 과실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정권 부장판사는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이웃집에 살던 미성년자 B 양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B 양을 본 적도 없다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B 양 일가의 증언을 근거로 1심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사건은 A 씨의 딸이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가출한 B 양을 찾아내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성폭행 진범은 A 씨가 아닌 B 양의 고모부였던 것. B 양은 법정에도 출석해 A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때는 A 씨가 이미 10달 동안 구속된 상태였다. 이후 A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A 씨는 수사기관의 허술한 수사로 10개월 간 감옥살이를 했다면 국가를 상대로 1억9000여만원의 배상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법령 및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해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를 했다거나 증거를 토대로 원고에게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객관적으로 경험칙·논리칙에 비춰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B 양의 일가족은 성폭행과 무고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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