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니커즈라고 불리는 일상용 운동화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신발회사 나이키가 1980년대부터 유명한 운동선수와 브랜드를 결합한 스타 마케팅에서 출발했다. 이후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과 협업한 한정판을 출시하면서 MZ세대에서 일부 범주의 운동화는 일상재에서 가치재로 전환됐다. 일부 스니커즈는 자아를 표현하는 가치재로서 취미로 수집하고 재테크 차원으로도 투자하는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스니커즈가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는 서울에 오프라인 스니커즈 전용매장을 개설했다. 고객과의 접점인 매장 방문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한 컬렉션 중 최고 가격은 한 켤레 7000만원에 육박한다.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훨씬 높다. 한정판 마케팅의 초기 품목이라는 상징성에 잔존 수량이 적다는 특성이 부각되면서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이는 유명인과 결부된 특정 물품에서 발생하는 단발적 관심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소비재의 팬덤(fandom) 현상이다.
MZ세대는 성장기를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보냈다. 친구와의 교류, 학습정보 습득, 여가용 게임 등이 모두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경유한다. 공통 관심사와 필요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전달되고 상호반응이 일어난다. 풍부한 정보에 대한 용이한 접근과 신속한 유통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된다. 이런 특징은 배달음식 후기, 구매물품 후기, 중고거래 평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표출된다. 스니커즈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한 각종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갑론을박을 거치며 평가가 진행되고 가격이 형성된다. 거래가 반복되면서 유통되는 정보량과 참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평범했던 물품이 각광받으면서 가격이 상승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빈발하면서 역동성이 높아진다.
이런 흐름은 자신이 의미를 두는 영역에 가치를 부여하고 구매하는 가치소비 심화로 연결된다. MZ세대는 이런 가치소비 구조를 개인들의 고립된 취미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커뮤니티에서 공유한다. 나아가 이런 과정에 참여하고 관찰하는 행동 자체를 즐긴다.
제조 원가에 기반해 사용 가치로 접근하는 소위 ‘착한 가격’, ‘합리적 소비’라는 관점의 아날로그 사고방식으로는 동일한 무게의 금값보다 비싼 운동화의 출현을 이해하기 어렵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평범한 운동화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행동은 이해 불가지만 MZ세대에게는 자연스럽다. 플랫폼을 매개체로 나타나는 가치소비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는 코드에 따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이다. 소위 가격과 성능의 비율을 따지는 ‘가성비’가 아니라 가격과 심리적 만족의 관계가 중요한 ‘가심비’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MZ세대가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MZ세대는 가치관, 생활 방식, 소비 패턴에서 기존 세대와 명확히 구분된다. 컬렉션 반열에 오른 평범한 외관의 값비싼 스니커즈에는 이런 특성이 투영돼 있다. 디지털 시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21세기 소비시장 변화의 핵심적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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