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주식 옮기기 운동’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주식을 유진투자증권,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등 중소형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캠페인이었다. 기관에 ‘주식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차 서비스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에 주식을 빌려주는 중개 서비스다.
개인 투자자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주식을 공매도에 쓰라고 내놓는 경우도 늘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다섯 곳(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서 ‘주식 대여 서비스’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내놓은 주식의 평가금액은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사 대차거래 담당자는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주식 대여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수는 올해 들어 약 70%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려주고 연 0.1~4.0%의 대여 수수료를 받는다. 삼성전자처럼 거래가 많고, 공매도 수요가 없는 종목의 수수료는 0.5% 미만으로 작다. 시장의 수요는 많은데 주식을 구하기 어려울수록 수수료는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흠슬라’, ‘두슬라’라는 별칭을 얻은 HMM과 두산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업종 내에서 지나치게 고평가된 HMM과 두산중공업을 매도하고, 해외에서 저평가된 관련 종목을 매수하는 ‘롱쇼트 전략’을 쓰는 과정에서 공매도를 활용한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약 2주간 130% 급등했다. 지난 7일에는 3만2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공매도 잔액도 5500억원까지 치솟았다. 증권사에서 빌려줄 수 있는 두산중공업 주식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공매도를 원하는 투자자는 10%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이 주식을 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빌려준 사람이나 기관은 증권사에 떼주는 중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대여 수수료로 받게 된다. 공매도 수요가 많은 주식일수록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HMM 공매도 잔액도 공매도 재개 전과 비교해 30배 늘어난 4034억원(16일 기준)을 기록했다. HMM 주식을 빌려가는 투자자도 평균보다 높은 5~10%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빌려준 사람이 주식을 다시 되돌려받기를 원하면 2거래일 안에 주식을 되돌려준다. C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대여가 익숙하지 않아 빌려준 당일 주가가 오르면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개인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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