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시행령 매년 '땜질'…누가 얼마낼지 그때그때 정한다는 與

입력 2021-06-20 17:30   수정 2021-06-28 16:25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하자고 당론을 확정짓자 전문가들은 조세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과도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은 오랜만에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그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세 대상자를 매년 정하고 해마다 관련 법령을 고치는 것은 조세 안정성을 위협하는 발상이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악법’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1) 깜깜이 세금 된 종부세
여당 당론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는 매년 6월 1일 결정된다. 그해 발표되는 공시가격이 4월께 확정되면 1주택 여부 등을 고려해 상위 2%를 가려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에 2%에 해당하는 공제액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에 대상자였다가 올해엔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반대의 사례도 적잖이 생긴다. 자신이 종부세 대상인지, 한 해 어느 정도를 준비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세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율로 과세하는 것은 다른 국가는 물론 한국 조세 체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 매년 시행령 개정 바람직한가
여당은 상위 2%가 매년 바뀌어 과세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매년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6월 1일 상위 2%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이 정해지면 이후 시행령 개정 절차를 거쳐 해당 연도의 종부세 대상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종부세법에는 ‘2%에게 과세한다’는 내용만 담고, 2%에 해당하는 금액은 매년 시행령을 통해 확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조세는 법률에 명시돼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해치는 방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표와 세율이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담기면서 정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조세는 명쾌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3) 부부 공동소유는 어떻게 되나
상위 2%에 부부 공동명의 주택이 포함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제한 뒤 과세표준에 따라 종부세를 낸다.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6억원의 공제를 받아 총 12억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당이 1주택자의 공제액 상향과 같은 비율로 공동명의 주택의 공제액을 올린다면 7억~8억원 선에서 공제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제권 인정을 확대하는 추세인 데다 정부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부부 공동명의 주택은 공시가격 기준 14억~16억원까지 종부세를 면제받게 된다. 이 주택은 상위 2%에 포함할지, 별도 계산할지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4) 집값 떨어져도 세금 더 내야 할 수도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는 1주택자의 주택 공시가격이 9억2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하락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제액이 9억원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이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민주당이 확정한 종부세 개편안이 적용되면 종부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집값도 함께 하락해 8억8000만원짜리 주택이 상위 2%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로선 집값이 떨어지는데 세금을 내야 해 반발이 일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5) 2 대 98 전략 정의로운가
종부세의 ‘징벌적 세금’ 성격이 크게 강화된다는 문제도 있다. ‘상위 2%’로 과세 대상을 명시하면서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 외에 종부세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종부세가 부동산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과 아닌 사람을 2 대 98로 편 가르기 하면서 사회 통합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표심만 보고 종부세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겠다고 해 정부만 골머리를 썩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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