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과 비씨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19를 돌파한 ‘장사의 신(神)’ 100곳을 선정해 그들만의 생존법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의 최대 공통점은 기존 문법과 관행의 파괴였다. 반찬 가게와 뷔페를 겸업해 ‘한식 뷔페는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회기역의 ‘삼시세끼’, 배달에도 퍼지지 않는 면으로 노포(老鋪)의 변신을 꾀한 여의도 ‘정인면옥’, 한우를 활용한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으로 영국 런던 진출을 준비 중인 광화문의 ‘암소서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숯불닭갈비로 월 1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서울 목동의 ‘팔각도’ 조병욱 사장은 눌어붙지 않는 무쇠판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팔도의 닭갈비집을 탐방했다. “1년간 돌아다니며 먹은 닭갈비를 다 합치면 대형 닭농장을 차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중해식 샐러드 전문점 ‘칙피스’로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는 장정윤 사장은 “소비자가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 돈을 벌어간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브랜드 스토리 등의 총합이 가격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성수동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카페 ‘쎈느’의 김재관 사장도 “SNS 마케팅에 투자할 바에 직원들의 복지 개선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마케팅은 결국 손님들의 입을 통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신한카드사에서 지난해 성수동 내 재방문율 1위가 쎈느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문래동 돈까스’를 창업한 손범수 사장은 “요리에 자신이 없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돈가스를 최상의 재료로 만들자고 생각했더니 진심이 통했다”고 했다. 비교우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분석한 셈이다.
“일식을 팔지만 일식의 고정틀을 고집하는 업자가 아니기를 바랐다”는 서울 연남동 일식집 ‘미쁘동’의 김정훈 사장도 마찬가지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토마토 연어국수’나 육수에 말아먹는 회덮밥 등 전에 없는 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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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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